[바둑]'다승왕' 최철한 5단…반상의 독사? 미소는 천사!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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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보기자
서정보기자
프로기사 최철한 5단(18·사진)의 별명은 ‘독사’. 바로 위의 형보다 열 살이나 어린 늦둥이로 태어나 부모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자란 귀염둥이 최 5단에게 ‘독사’란 별명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동료기사들은 그에 대해 ‘뭘 하든 독하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바둑 스타일도 그렇다. 한번 그에게 제대로 물리면 대마든 뭐든 살아남지 못한다.

그는 올해 최고의 성적을 냈다. 61승12패(83.5%)로 다승 1위, 승률 1위를 휩쓸었다. 국수전 도전권도 따냈고 18일 천원전 결승전에서는 85년생 동갑내기 원성진 5단을 3승1패로 물리치고 생애 처음 타이틀을 획득했다.

“평소 절친하던 성진이에겐 미안하죠. 하지만 평생 라이벌이 될 텐데 한번의 승부에 연연하진 않아요. 이제 시작일 뿐이죠.”

천원전 결승전을 시작하기 전 원 5단과의 전적은 1승5패로 뒤져 있었다. 이번에도 첫판에선 대역전패를 당했다.

“그땐 막막했죠. 안 그래도 힘든 승부라고 생각했는데 더욱 자신이 없어졌어요. 근데 2국에서 성진이가 서두르더라고요. 그 판을 생각보다 쉽게 이기면서 자신감을 회복했죠.”

올해 그는 동료 선후배를 만나는 대로 밥을 사야 했다. “이 동네는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성적 좋은 사람이 돈을 내요. 아무래도 대국료를 많이 벌잖아요. 지난해엔 저도 많이 얻어먹었어요.”

최근 그에겐 ‘또야’라는 별명이 또 하나 붙었다. ‘또 이겼느냐’는 뜻이다. 그만큼 바둑을 두는 대로 많이 이겼다. 대국료는 모두 부모님에게 맡긴다. 비자금을 만들 법도 하지만 그는 꼬박꼬박 전부 갖다 드린다.

“그 대신 부모님이 제가 달라는 만큼 주세요. 2001년 농심배에서 3연승했을 때는 100만원까지 달라고 해서 받은 적도 있어요. 돈은 다 밥 사는 데 들어갔지만.”

막내여서일까. 말 속에 응어리가 없고 항상 웃는 낯이다.

그는 내년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에 특차로 입학한다. 원 5단은 중국어과로 들어갔다.

“대학생활을 해보고 싶었어요. 바둑공부에는 방해가 안 되도록 조심해야죠.”

천원전보다 더 큰 승부는 내년 1월 14일부터 시작되는 국수전 도전기. 이창호 국수와는 첫 타이틀매치다. 이 국수와는 3전3패.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요.”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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