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나눔이 있어 이 겨울은 따뜻하다

  • 입력 2003년 12월 23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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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해 어떤 박탈감이나 두려움을 느낄 때면 다른 사람에게 베풂으로써 돈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기부가 마음의 풍족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메리 제인 라이언의 ‘줌’ 중에서)

기부에 대한 책의 한 구절이다. 미국의 자유기고가이자 출판사 편집장인 라이언은 이 책에서 57개의 토막글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또 기부는 주지 않으면 괜히 죄책감에 빠지거나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그런 도덕적 강압 요인이 아니고 진정한 내면의 평화와 자유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자유롭고도 행복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줌’으로써 행복을 느껴 본 사람은 반드시 그 행복을 거듭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저자의 말은 아직 나눔의 진정한 의미를 몰랐던 필자를 부끄럽게 했다.

경기 불황의 여파로 어느 때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연말을 맞고 있는 요즈음 몇 가지 밝은 뉴스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구세군 모금을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액을 자선냄비에 슬그머니 넣고 사라진 사람이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는 소식이다. 구세군에 따르면 얼마 전 서울시청역 자선냄비 모금함에 50대 초반의 중년신사가 3752만원 상당의 수표와 현금뭉치를 넣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최근 국내의 모그룹은 ‘나눔의 경영’을 제창하면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채용규모 확대를 결정하고 불우이웃 돕기에 수백억원을 쾌척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방법은 다르지만, 각 TV에는 우유배달하는 아주머니의 ‘나눔의 미담’을 담은 공익광고도 방영되고 있다. 이 광고의 모델인 할머니를 돕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느냐는 문의가 광고 제작자인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잇따를 정도로 일반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를 보면서 필자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마음이 여전히 따뜻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천문학적 액수의 불법 정치자금 논란이 서민의 가슴을 안타깝게 하는 때인지라 이런 미담들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크기와 방법은 달라도, 곳곳에 이렇게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추운 겨울도 훈훈하게 지낼 수 있다.

김 순 길 한국방송광고공사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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