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독감'…"독감 스톱!" 감기 바이러스 추적자들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7시 37분


코멘트
인플루엔자, 사스 등 급성 호흡기 질병은 조류 체내의 바이러스가 돼지의 체내에서 인간 독감 바이러스와 유전자 재조합을 일으키기 때문에 발병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월 인천국제공항에서 국립검역소 검역관들이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사스 검역활동을 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인플루엔자, 사스 등 급성 호흡기 질병은 조류 체내의 바이러스가 돼지의 체내에서 인간 독감 바이러스와 유전자 재조합을 일으키기 때문에 발병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월 인천국제공항에서 국립검역소 검역관들이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사스 검역활동을 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독감/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438쪽 1만5000원 사이언스북스

17일 대만에서 올겨울 첫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했다. 충북 음성에서는 ‘조류독감’이 확산돼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감염의 ‘대창궐(Outbreak)’은 영화 속의 이야기 만은 아니다. 1억명 가까운 희생자를 낸 1918년의 ‘스페인 독감’을 포함해 인류는 이미 여러 차례의 독감 ‘아웃브레이크’를 겪었다. 문제는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데다 바이러스의 변이(變異)가 빨라 신속하고 효과적인 예방이 어렵다는 것.

이 책은 ‘인류사상 한정된 시간에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앨프리드 크로스비·역사학자) 1918년 독감의 참상과 그 원인 바이러스의 추적자들을 소개한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가을에 찾아와 그해 안에 종적을 감추었지만 거의 같은 시기에 끝난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전 기간 희생자 수(1500만명)의 7배 가까운 사망자를 냈다. 이 질병이 종적을 감추는 방법도 특이했다. 며칠 사이에 갑자기 새 감염자에 대한 보고가 뜸해지더니, 순식간에 사람들의 화제에서도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잊혀진 ‘스페인 독감’의 추적자가 있었다. 1950년대 아이오와대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와 있던 스웨덴 의대생 요한 훌틴이었다. 그는 1918년 대재앙의 주인공이었던 바이러스를 되살림으로써 재앙의 부활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희생자가 사망하면 독감 바이러스도 죽어버리는 게 문제였다. 훌틴은 시신이 부패하지 않는 ‘영구 동토층’에 착안했고, 1951년 알래스카의 브레비그에서 얼어붙은 시체를 발굴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나오지 않았다.

44년 뒤인 1995년 병리학자 제프리 토벤버거(당시 미군 병리학연구소 AFIP 연구팀장)가 이 문제에 다시 도전했다. 토벤버거는 수백만명의 시신에서 떼어낸 표본이 파라핀에 싸여 보관돼 있는 미군 병리학연구소에서 ‘스페인 독감’ 희생자 두 사람의 표본을 간신히 찾아내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그러나 분석은 일부분만 가능했다.

어느 날 휴가를 다녀온 토벤버거는 책상 위에서 요한 훌틴이라는 낯선 사람이 보낸 편지를 발견했다. 토벤버거는 백발이 성성한 훌틴과 힘을 합쳐 알래스카의 영구 동토층을 44년 만에 다시 열었다. 토벤버거는 ‘체내 지방층이 단열재 역할을 한’ 뚱뚱한 여인의 폐에서 그동안 한번도 녹은 적이 없던 폐조직과 독감 바이러스를 찾아냈다.

유전자 염기서열은 모두 분석했지만 어떤 이유로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인 재앙을 불러왔는지는 아직 밝히지 못했다. ‘적은 잡았지만 무기는 찾지 못한’ 것이다. 일부 병리학자들은 당시 20∼40대 희생자가 많았던 데 주목한다. 1890년경 번성했던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돼 이 세대의 몸 안에 생성됐던 항체가 1918년 창궐한 독감 바이러스에 과민반응해서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요즘 국내에서 초미의 관심인 ‘조류독감’에 대해서도 이 책은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역사상 많은 독감이 중국 광둥성 부근에서 시작됐다. 왜 그럴까.

광둥성의 농부들은 전통적으로 오리와 돼지를 함께 사육한다. 돼지의 몸속에서 조류독감과 인간 독감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재조합돼 신종 독감 바이러스를 만들어낸다. 조류독감이 위험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원제 ‘flu’(1999년).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