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산세 한꺼번에 7배로 올려서야

동아일보 입력 2003-12-03 18:50수정 2009-10-1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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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당장 내년에 재산세를 최고 7배로 올리는 과세표준 개편안을 내놓았다. 과표 현실화율을 높이고 아파트 면적 대신 시가에 따라 차등을 둔다는 기본방향은 타당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납세자 부담의 갑작스러운 증가와 이에 따른 조세저항의 소지, 지역간 재정 격차의 확대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세금은 단계적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조세정책의 기본이다. 그래야 국민이 안정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 서울 강남지역 주민 가운데는 수십년 동안 살아온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 한 채를 빼면 변변한 재산이 없는 사람도 적지 않다. 소수의 투기꾼을 잡자고 선의의 피해자를 더 많이 만드는 정책은 강남을 때려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영합하려는 발상이라는 의심을 살 만도 하다.

급격한 재산세 인상의 부담은 서울 강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부는 그동안 강남은 재산세를 올리고 강북은 내릴 것처럼 말해 왔지만 성동 노원 광진구의 평균인상률도 30% 이상이다. 이래서는 조세저항을 피하기 어렵다. 양도소득세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소득이 없어도 내야 하는 재산세는 조세저항이 훨씬 강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번 조치가 지자체의 자주 재원을 확충시켜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도 억지에 가깝다. 과표 개편안이 시행되면 부자(富者) 지자체는 세수가 대폭 늘어나고 가난한 지자체는 세수가 약간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당연히 지자체간 재정자립도 격차가 커지고 지방자치의 균형 발전은 더 어려워진다.

집값 안정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국가가 재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인 조세제도를 함부로 흔들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재산세율을 함께 조정함으로써 세금 부담이 지나치게 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년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 재원을 골고루 확충할 수 있는 보완대책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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