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박완호, '별'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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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였던 아버지는 죽어서

밤하늘 가득

반짝이는 순금의 못을

박아놓았네

텅,

빈,

내 마음에

화살처럼 와 꽂히는

저 무수한

상흔들

-시집 '내안의 흔들림'(시와 시학사)중에서

거 참 저 시인의 아버지 돌아가신 지 오래도 되었군. 언젯적부터 뜬 별인데 몽땅 저이의 아버지가 박아놓았담? 그렇다면 저 시인의 나이도 수억 광년을 달려온 별빛보다 많겠네?

어쨌든 컴컴한 밤하늘 천장이 내려앉지 않는 건 저 때문이구먼. 덕분에 밤새 자란 나무들 우듬지도 부러지지 않고, 새들도 안심하고 새알 품고 잠들 수 있었군, 천년째.

참 튼실 시공하던 목수였구먼 그려. 값싼 쇠못, 나무못 쓰지 않고 쾅쾅 순금못 두들겨 박았으니. 가끔 알 빠진 브로치처럼 별똥별 길게 달아나니 그게 걱정이긴 하네만 워낙 촘촘히 박아놓으셨어. 은하수 좀 보게. 아예 못통째 쏟아놓은 것 같잖은가.

별이 빛날수록 아버지 모습 새록새록 떠오르니 시인에겐 저 빛이 천년째 슬픔이겠네. 저 순금못 박을 때 사다리 잡아주던 기억 아슬하겠네.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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