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상한 측근의 이상한 언행

  • 입력 2003년 11월 17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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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언행을 보면 노 대통령과 이 정권이 도대체 그에게 무슨 큰 신세를 졌기에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 정권의 측근이나 가신들도 이렇지는 않았다. 대선 때 특정후보를 후원했다는 것이 이렇게도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말 못할 무슨 사연이 숨어 있는 것인지 국민은 궁금하고 혼란스럽다.

강씨가 대선 직전 노 대통령의 측근이자 운전사였던 선봉술씨에게 9억5000만원을 빌려준 경위부터 석연치 않다. 강씨는 생수회사 장수천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한 선씨가 ‘징징거려서 사고 칠까봐’ 줬다고 했다. 선씨는 왜 ‘징징’거렸으며 ‘사고’는 또 뭘 뜻하는가.

강씨는 이처럼 큰돈을 왜 차용증도 안 받고 현찰로 건네줬는가. 장수천은 노 대통령도 지분을 갖고 깊숙이 관여했던 회사다. 이 돈이 당시 노 후보 캠프로 흘러 들어갔다면 불법 대선자금을 주고받은 셈이 된다. 강씨는 선씨가 9억5000만원 중 4억5000만원은 갚았다고 했는데 ‘징징거리던’ 선씨와 어쩌다 그런 거액이 오가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강씨는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과 관련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보 경선 직후 민주당 장부에는 300억원이 잡혀 있었는데 실제로는 없었다’면서 이것이 탈당과 관계가 있다고 했다. 강씨는 그러면서 민주당을 ‘강도 같은 놈’들, 이런 사정을 알고도 말 못하는 대통령을 ‘바보’라고 했다. 강씨는 또 ‘나는 대통령과 막말도 하는 사이’라면서 ‘노 대통령이 당선된 후 빈손으로 가서 빈손으로 나오라고 했다. (임기가) 끝나면 평생 먹고 살게 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 때 노 대통령을 후원했던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왜 강씨만 이런 식의 언행을 보이는가. 당사자인 대통령은 왜 따끔한 말로 강씨를 제지하지 못하고 그와 부부동반 골프를 쳐야 하는가. 검찰이든 특검이든 엄정한 수사를 통해 반드시 그 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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