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아듀! ‘로켓맨’ 클레멘스

  • 입력 2003년 10월 23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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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거인’이 마운드 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그가 7회 말 2사후 마지막 타자인 플로리다 말린스의 루이스 카스티요를 삼진 아웃시킬 때 던진 공은 93마일짜리(150km) 직구. 이 볼은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으로 던진 공이 됐다.

4명의 아들에게 삼진아웃(Strike out)의 이니셜인 K로 시작되는 이름(코비, 코리, 카시, 코디)을 붙여준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41).

사이영상 최다 수상(6회),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20개, 2회), 현역 최다승(310승 160패) 등 수많은 기록을 갖고 있는 미국 프로야구의 거목. 20년간 607경기에서 4099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그가 메이저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마지막 타자를 불같은 강속구로 삼진으로 잡아냈다.

삼진아웃으로 20년간의 야구인생을 마무리한 뒤 클레멘스는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동료들은 그에게 하이파이브와 악수를 청했다. 상대팀 플로리다 선수들도 박수를 쳤고 마이애미 프로플레이어구장을 가득 메운 6만5934명의 팬은 모두 일어나 클레멘스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팬들의 환호가 계속되자 클레멘스는 더그아웃 밖으로 나가 모자를 벗어 답례했다. ‘굿바이, 클레멘스.’ 사실상 은퇴경기였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 때문에 23일 열린 월드시리즈 4차전 선발은 마지막 경기였다. 월드시리즈가 7차전까지 가더라도 4인 선발로테이션을 하고 있는 양키스가 클레멘스를 내보낼 가능성은 없다.

200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1회 2점홈런을 포함해 5연속 안타로 3점을 내준 클레멘스는 나머지 6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7이닝 8안타 3실점 5탈삼진.

1-3으로 끌려가던 양키스는 9회 초 2사 1, 3루에서 대타 루벤 시에라의 2타점짜리 3루타로 동점을 만들어 클레멘스의 은퇴경기 패전 기록을 없애줬다.

하지만 경기는 플로리다가 이겼다. 플로리다는 3-3이던 연장 12회 말 선두타자 알렉스 곤살레스의 끝내기 솔로아치로 극적인 승리를 따내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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