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윤효, ‘못’

  • 입력 2003년 10월 5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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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굵은 못을 박고 사는 사람들이 생애가 저물어가도록 그 못을 차마 뽑아버리지 못하는 것은 자기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거기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 시집 ‘물결’(다층) 중에서

그랬구나! 가슴의 통증이 가시고 눈앞이 환해진다. 어리석고 아둔한 것처럼 보이던 사람들의 굽은 어깨와 허리가 매화 등걸처럼 휘영청 내걸리고 가슴마다 꽃이 핀다.

내 눈의 들보와 남의 눈의 티끌마저 모두 꽃핀다.

가장 아프고, 가장 못난 곳에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이 걸려 있다니, 가슴에 박힌 대못은 상처인가 훈장인가?

언제나 벗어던지고, 달아나고 싶은 통증과 치욕 하나쯤 없는 이 어디 있으며, 가슴 속 잉걸불에 묻어둔 뜨거운 열망 하나쯤 없는 이 어디 있을 것인가?

봄날 새순은 제 가슴을 찢고 나와 피며, 손가락 잘린 솔가지는 관솔이 되고, 샘물은 바위의 상처로부터 흘러나온다.

그러니 세상 사람들이여, 내 근심이 키우는 것이 진주였구나, 네 통증이 피우는 것이 꽃잎이었구나.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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