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슴졸인 이승엽 부모

  • 입력 2003년 10월 3일 0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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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기다려준 팬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그동안 승엽이의 ‘국민타자’라는 칭호가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 칭호가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승엽이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프로야구 삼성-롯데 경기가 열린 2일 대구구장 본부석에서 아들이 아시아 홈런신기록을 세우는 모습을 며느리 이송정씨와 함께 지켜본 이춘광(李春光·60·대구 수성구 수성4가)씨는 끝내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새벽까지 건너편 동에 있는 아들네 집 불이 꺼지지 않아 걱정했다는 이씨는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초 뇌종양으로 쓰러진 뒤 3차례나 대수술을 받고 집에 누워 있는 아내와 함께 신기록의 순간을 보지 못한 게 아쉽다는 표정.

이씨는 “지난 주말 부산 원정경기를 마친 승엽이가 자정이 넘은 시간에 찾아와 병석에 있는 제 엄마 볼에 얼굴을 비비고 손을 꼭 잡더라고요. 엄마에게 홈런 치겠다고 약속이라도 했나 봐요”라고 말했다.

이승엽이 56호 홈런을 날린 순간을 어머니 김미자(金美子·54)씨는 TV를 통해 봤다. 거실에 놓인 TV에 아들 얼굴이 보이고 열광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비치자 김씨는 “승…엽…” 하며 아들 이름을 힘겹게 되뇌었다.

김씨는 지난해 1월 뇌수술을 한 뒤로는 누워 있는 시간이 많지만 이날은 방에서 나와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댔다. 손에 염주를 꼭 쥐고 TV를 보던 김씨는 이승엽이 나올 때면 밝은 표정을 지었다.

뇌수술을 하기 전까지 야구를 무척 좋아했던 김씨는 평소 “승엽이를 ‘국민타자’라고 불러주며 응원해주는 많은 국민들이 가장 고맙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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