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홈런맞은 롯데 이정민 "후회는 없다"

  • 입력 2003년 10월 3일 0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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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요. 착잡합니다.”

이승엽에게 56호 홈런을 맞은 롯데 2년차 투수 이정민(24·사진)은 경기가 끝난 뒤 곤혹스러워했다.

이날 선발로 나서 5이닝 5안타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이정민은 프로 데뷔 10경기 만에 첫 승. 올 시즌 두 번째 등판 만에 얻은 것이었다. 그러나 감격적인 첫 승을 올린 게 이승엽에게 대기록의 홈런을 맞은 날이라니….

홈런을 맞은 공은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 1볼에서 뿌린 137km짜리 가운데 낮은 직구.

“처음부터 정면 승부한다는 생각이었다”는 이정민은 “홈런 맞은 공은 내가 원하는 곳에 뿌린 공이다. 낮은 공에 약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던졌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홈런을 맞은 뒤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한동안 믿어지지 않았는데 조금 지나니 ‘아, 내가 홈런을 맞았구나’ 하고 실감이 났습니다.”

경남고와 동아대를 졸업했고 국가대표까지 거친 이정민은 지난해 계약금 1억8000만원, 연봉 2000만원에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유망주. 하지만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9경기 15이닝 동안 승패 없이 평균자책 4.20만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그는 이승엽에게 “정말 잘 쳤고 축하한다”는 말을 전한 뒤 “다음에 만날 때는 삼진으로 잡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대구=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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