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安風’ 대응 옳지 않다

  • 입력 2003년 9월 25일 18시 26분


코멘트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돈을 총선자금으로 썼다는 ‘안풍(安風)’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유죄판결 이후 한나라당이 보이고 있는 자세는 옳지 않다. 한나라당은 당 차원의 공식 입장 표명이나 사과는 없이 ‘정치재판’ ‘야당탄압’ ‘신당띄우기’ 운운하며 정치공세만 일삼고 있다. ‘안풍’ 판결과 야당탄압이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판결은 국가정보기관의 돈을 선거자금으로 전용한 비리에 대해 법원이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어떤 입증자료도 내놓지 않은 채 안기부 돈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최병렬 대표는 “내 입을 통해 밝힐 수는 없다. 당외 인사 5, 6명이 진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 그렇다면 그들에게 진실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 강삼재 의원 역시 “안기부 돈은 아니지만 자금 출처는 말 못하겠다”고 했는데 안기부 돈이 아니라면 어디 돈인지 말해야 한다.

당 지도부가 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만류하고 있는 것도 볼썽사납다. 국회 회기 중 의원직을 사퇴하려면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사퇴서를 반려하고 설득하겠다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이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하며 그나마 떳떳한 처신을 보인 강 의원의 뜻은 아닐 것이다.

김덕룡 의원의 소환 방침에 대한 대응방식도 적절치 않다. 검찰은 95년 지방선거 당시 당 사무총장이었던 김 의원을 불러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한나라당은 ‘기획 편파수사’라며 불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 없다면 검찰에 나가 결백을 입증하면 되지 언제까지 그런 낡은 구호만 되뇌고 있을 것인가.

한나라당은 원내 다수당답게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 과거에 잘못이 있었다면 당당하게 밝히면서 사과하고 이를 정치개혁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권력이나 여권의 비리에는 추상같으면서 자신의 비리에 무디면 결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