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정의상/안과의사가 눈병 안걸리는 이유

  • 입력 2003년 9월 15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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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에 눈병이 유행하고 있다. 흔히 ‘눈병’ ‘유행성결막염’ ‘아폴로눈병’ 등으로 불리는 급성유행성결막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발병했던 급성출혈성결막염(急性出血性結膜炎)과 최근 유행하고 있는 급성유행성각결막염(急性流行性角結膜炎)이 그것이다.

급성출혈성결막염은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던 즈음에 처음 발견되는 바람에아폴로눈병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콕사키바이러스나 엔테로바이러스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보다 더 흔히 발병하는 급성유행성각결막염은 여러 종류의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두 병이 모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고 전염되지만 질병의 지속기간이나 후유증 빈도 등을 고려할 때 최근 유행하는 급성유행성각결막염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질병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질병들은 감기와 같이 꾸준히 발생하긴 하지만 최근 들어 그 빈도가 잦아지고 규모도 커졌다. 일부 보도나 환자의 고백에 따르면 눈병을 빌미로 따분한 학교생활로부터의 도피를 시도하는 학생들까지 있는 듯하다. 눈병이 걸린 학생의 눈곱을 자기 눈에 바르기까지 한다니 적잖이 당황스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유행성결막염 중 특히 급성유행성각결막염의 원인인 아데노바이러스의 전염력은 대단히 높아서 원인 바이러스가 눈에 닿으면 80∼90% 이상 질병이 발현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니 이런 시도의 성공률은 대단히 높을 수밖에 없고 그 파급효과 또한 대단할 수밖에 없다. 환자의 눈이나 손에 닿은 수건이나 침구, 문고리 등의 매개체를 통한 간접접촉의 감염 확률도 대단히 높은 상황에서 이 정도의 직접접촉은 십중팔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도 학창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이런 유혹을 전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안과의 입장에서는 며칠간의 달콤한 휴식을 보장받는 대가가 너무 위험함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하면 각막표면 상피세포의 손상으로 빛을 보면 눈이 시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나는 각막상피하혼탁이 생길 수도 있고, 며칠간의 휴식 기간조차 결코 달콤할 수 없다는 것을 겪어본 사람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한 달간 눈이 불편해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고통을 줄 수 있으며 국가적으로도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급성유행성결막염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은 아직 개발돼 있지 않다. 일단 발병하면 원인균을 제거할 수 있는 치료약이 없는 만큼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손을 통한 원인 바이러스 접촉이 전염의 주된 경로이므로 눈병이 유행할 때는 좀 더 자주 손을 씻어줘야 한다. 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 특히 수영장에 가는 일을 삼가는 것이 현명하다. 매일 환자와 접촉하는 안과의사가 눈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철저한 위생관리 덕이다.

물론 가족이나 직장에 환자가 생겼을 경우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 병은 대개 증상이 시작된 뒤 약 2주간 전염력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발병하면 적정기간 휴직이 필요할 것이며 가정에서는 다른 가족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세면도구나 침구를 분리해 사용해야 한다. 이런 주의에도 불구하고 발병이 의심될 경우에는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고 후유증 발생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정의상 성균관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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