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류복석/청국장 추석선물

류복석

거래 있는 곳에 비리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온 나라가 부패와 뇌물로 얼룩져 있다고도 한다. 대가성 뒷거래로 정치인 공무원 기업인 등 신분이나 분야를 막론하고 유명 인사들이 조사받고 감옥에 가는 것이 이젠 새삼스러운 뉴스가 아니다. 국가의 신인도도 문제지만, 비리에 대한 불감증의 확산이라든가 인재의 사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이 있느냐”는 말대로, 문제를 삼으면 자유로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하니 정말 우울한 심정이다.

성공한 한 선배가 20년 가까이 명절 때마다 선물을 보내온다. 그 선물은 대개 김이나 청국장 정도로, 주고받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다.

과거 대기업에 근무할 때는 전복이나 굴비 송이버섯 같은 고가의 선물도 간간이 왔지만, 직장을 떠나 개인사업을 시작한 뒤부터 그런 것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지만 청국장만은 여전히 나에게 전달돼 온다.

나도 한때는 값나가는 물품을 선물로 보내곤 했다. 그런 ‘전례’를 의식하다 보니 상황이 바뀐 지금에 와선 마음을 전하고 싶은 분들에게 제대로 인사를 못하고 있다.

‘청국장’을 보낼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그 선배의 선물을 보면서 “그래, 바로 이것이 진정한 선물이다. 감사하는 마음의 표시라면 한 봉지의 멸치면 어떻고, 한 꾸러미의 계란이면 어떤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뇌물성 선물과 고액의 경조금이 보내는 사람의 인격을 재는 바로미터가 되면서 사회를 혼탁하게 만들고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물론 정부나 대기업 등이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을 하고, 경조금의 상한선을 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심스럽다.

선물은 ‘마음’을 먹고 살지만, 뇌물은 ‘파멸’을 먹고 산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한다. 이번 추석에는 ‘한번 알면 평생 아는 것이고, 한번 고마우면 평생 고마운 것’이라는 마음으로 작은 선물을 전하는 것이 어떨까.

류복석 하주산업 대표이사·서울 서초구 서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