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낙타여행'…사하라 사막엔 역사와 삶이 꿈틀거린다

  • 입력 2003년 9월 5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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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여행/테오도르 모노 지음 이재형 옮김/351쪽 1만2000원 웅진닷컴

어두운 모래의 바다에 주홍빛과 황금빛이 어우러지는 빛의 향연과 함께 세상에 머리를 내민 새벽의 태양은 ‘가슴을 파고드는 즐거움, 미세하면서도 강렬하고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도취감, 완전무결한 무감각의 상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태양은 ‘입을 맞추는 대신 물어뜯고, 쓰다듬는 대신 태워버린다.’

태양은 아침의 너그러운 신이 아니라 무서운 적이 되고 잔인하고 냉혹한 악령이 된다. 저녁이 되어 이글이글 타오르던 태양이 잠시 불그스름해졌다가 모래 아래로 사라지면 ‘하늘은 빛을 잃고 깊은 명상에 잠긴다.’

저자인 테오도르 모노(1902∼2000)는 천의 얼굴을 가진 태양이 지배하는 사하라를 20세 청년이었던 1922년부터 92세의 노인이 된 1994년까지 73년 동안 순례했다. 이 책은 이 ‘사막 순례자’의 사막탐사기 3부작 중 첫째 권이다. 나머지 두 권은 ‘가라망 부족의 에메랄드’와 ‘땅과 하늘’.

그는 처음에는 프랑스 자연사박물관 조교인 동물학자였지만 사막을 따라가면서 동물뿐 아니라 식물과 화석 등을 만나며 식물학자가 됐다가 지질학자도 되고 인류학자가 됐다가는 다시 고고학자가 됐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쓴 1200여편의 논문은 그가 세속의 학문 분류를 넘어 오로지 사막을 바라보며 순례했던 ‘구도자’였음을 보여준다.

그는 태양과 모래만이 존재하는 듯이 보이는 사하라에 65종의 포유류와 90종의 조류가 살고 있으며 특히 이 중 24종의 포유류는 오직 사하라에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초목이 풍부한 지역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이지만 중부사하라에만 450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성경과 역사와 사막의 모래 위에 기록된 사하라의 역사를 들려주며 사하라가 죽은 모래더미가 아니라 지금도 오랜 역사를 품은 채 생생하게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체라는 사실도 이야기해 준다.

또한 이 책은 사막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뷔르누(양털 등으로 짠 모자 달린 외투), 젤라바(반소매에 모자 달린 웃옷), 낙타에 얹을 안장, 차를 끓일 때 쓸 작은 주석그릇, 유약을 바른 4분의 1L들이 물항아리, 냄비, 주전자, 접시 두 개, 수저…. 이것들은 사막의 순례를 통해 청빈한 삶의 지혜를 배운 그가 사막여행을 위한 준비물이라고 알려주는 최소한의 물품들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사막을 조명하는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사막을 순례하는 학자였던 그가 또한 정의와 평화와 환경을 위한 투쟁에 앞장서는 실천적 휴머니스트가 돼야만 했던 사연도 이해할 수 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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