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난 17세… 꿈을 찬다”…여자월드컵대표 박은선

  • 입력 2003년 9월 2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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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축구대표팀의 막내 박은선이 슈팅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21일 개막하는 2003미국여자월드컵축구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킬 준비를 끝냈다. 파주=박주일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의 막내 박은선이 슈팅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21일 개막하는 2003미국여자월드컵축구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킬 준비를 끝냈다. 파주=박주일
‘꿈’이 있기에 더없이 행복하다.

더벅머리에 검게 그을린 피부, 그리고 변성기를 맞은 듯한 소년의 목소리. 여기에 키 1m77에 몸무게 68kg의 건장한 체격.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남자다.

21일 개막하는 2003미국여자월드컵축구대회에 출전하는 한국대표팀의 막내 박은선(위례정산고·17). 남자로 오인 받아 대회 때마다 성호르몬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머슴 같은 선수다. 사춘기 여고생으로 가슴에 맺힌 것도 많지만 이젠 개의치 않는다. 그동안 못 꿨던 ‘꿈’을 이제 꿀 수 있게 됐기 때문.

이번 월드컵은 그에게 도약의 기회.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여자축구리그(WUSA)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뭘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실업팀 단 2개에 대학팀도 6개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었죠. 그러나 월드컵 출전 티켓을 딴 뒤로는 미국 진출에 대한 기대를 갖게 돼 너무 기뻐요.”

그는 미국 여자축구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3골 이상을 넣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단다. 물론 한국팀의 목표인 8강 진출을 위해 온몸을 내던질 각오도 돼있다.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하루 5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훈련을 즐겁게 소화해낸 것도 이처럼 목표가 뚜렷해서였다.

박은선은 그래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행복한 케이스. 남자 못지않은 체력에 탄탄한 체격, 빠른 스피드 등 축구선수로 최고의 자질을 갖춰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다.

올 6월 아시아선수권대회 땐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7골을 터뜨리며 한국여자축구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안종관 여자대표팀 감독은 “아직 어려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러나 잘만 다듬으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박은선은 아시아선수권대회 일본전에서 거친 플레이로 퇴장당할 만큼 승부욕이 강하다. 이런 모습 또한 월드컵에서 박은선의 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5일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에 훈련캠프를 차리는 한국팀은 22일 워싱턴에서 브라질과 첫 경기를 갖는다.

파주=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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