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01…낙원으로(18)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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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후 흔들림 없이

금구무결(金(無缺) 완벽한 국체를

더럽히는 자

잡초라 쓰러뜨리는 우리의 총검

치르는 전쟁마다

희유의 대승을 거둔

우리 황군 가는 길에

영원토록 함께하는 하늘의 도움

귀신 같은 적 온달지라도

무엇이 두려우랴 내겐 또

하늘 날 날개 있으니

대지마저 부숴내리 우리의 주먹

치르는 전쟁마다

희유의 대승을 거둔

우리 황군 가는 길에

영원토록 함께하는 하늘의 도움

육군 행진곡을 다 노래하자 취사 담당 병사가 커다란 통을 옮겨왔다. 통 속에는 흰밥과 감자와 무 된장국과 단무지와 말린 정어리가 들어 있었다.

여자들은 통을 낙원식당으로 날라다 각자 그릇에 덜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미코는 김이 오르는 된장국 그릇을 내려다만 볼 뿐 젓가락을 들려 하지 않았다.

“아이고, 이렇게 어린 아이를.”

“깜박 속은 거지 뭐.”

“우리 엄마도 속았다. 정신대에 여자를 보내야 하니까 딸을 내놓으라고 그랬다. 싫다고 하니까, 아들이 없으면 딸이라도 나라를 위해서 보내야 한다면서, 그것마저 거부하면 반역자가 된다고, 이 나라에 있을 수 없다고 협박을 당했다.”

“우리도 그랬다. 전쟁터에서 병사들 전쟁 치르느라 바빠서, 밥도 제대로 못하고 빨래도 못하니까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돈 벌 수 있는 기회니까 가지 않겠느냐고 그랬다. 너도 속아서 왔지?”

나미코는 무와 된장이 가라앉은 국을 잠자코 내려다보았다.

“너, 어디서 왔는데.”

“밀양요.”

“조선말 쓰면 얻어맞는다. 도망칠 궁리한다고 의심받는다.”

“조선 노래도 부르면 안 된다, 반항한다고 생각하니까. 절대 부르면 안 된다. 일본 노래 배워라.”

“달만 쳐다봐도 무슨 생각하느냐고 때리고, 혼자서 중얼거리기만 해도 무슨 불평이냐고 때린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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