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8월 7일 18시 2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여름휴가에 관한 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프랑스인 못지않게 행복한 사람이다. 그는 현재 텍사스주에 있는 개인목장 ‘크로퍼드 랜치’에서 한 달간의 휴가를 보내고 있다. 한 달간의 휴가라. 1주일의 휴가에 만족하는 한국 보통 사람으로서는 그 기분을 상상하기도 어렵다. 겨우 나흘간의 여름휴가를 보낸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휴가지로 출발하기 전 주치의들에게서 ‘건강상태 탁월’이라는 행복한 소식까지 통보받았다. 장기 휴가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3년째 흔들리지 않는 부시 대통령의 고집 또한 대단하다.
▷여기까지라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남들의 여름휴가 얘기다. 그러나 올해 부시 대통령의 휴가는 우리에게 특별한 관심사로 다가온다. 이른바 ‘일하는 휴가(working vacation)’를 보내는 부시 대통령의 일과 속에 북핵 문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엊그제 북핵 문제의 주무자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을 불러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 그의 휴가 중 집무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과의 논의로 이어진다. 부시 대통령이 참모들과 논의할 미군 재배치 문제도 우리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부시 대통령은 1600에이커나 되는 크로퍼드 목장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같은 ‘친구’들을 불러 속마음을 나누는 장소로 활용하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노 대통령이 언젠가 크로퍼드에 초대받는다면 한미 정상의 관계가 매우 돈독해졌다는 징표가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렇게 되도록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크로퍼드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현안 논의는 기다릴 대상이 아니다. 내용을 신속하게 파악해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