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실장 향응 조사, 끝이 아니다

  • 입력 2003년 8월 5일 2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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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향응 사건에 대한 청와대 자체조사 결과는 그동안 언론이 제기했던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임을 확인해 주었다. 양 실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거짓말로 사건을 축소 은폐해 온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또한 청와대의 1차 조사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는지도 분명해졌다. 만약 언론이 파헤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그냥 묻혀 버렸을 것이다.

탈세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나이트클럽 업주가 술자리에서 양 실장에게 청탁을 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충격적이다. 예상은 했지만 양 실장이 한사코 부인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술자리의 성격도 관련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격려 차원의 대선후보 경선 뒤풀이가 아니라 애당초 청탁의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라는 의심이 짙게 든다.

관련자들의 신뢰성에 비춰 청와대가 그들의 진술에 의존해 ‘양 실장이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은 성급하다는 느낌이 든다. 서로 말을 맞춰 술값도 줄이고 동석자 수도 줄인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 않은가. 사건의 핵심인 영향력 행사 부분은 검찰의 철저한 보완수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공직자윤리강령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부도덕성까지 보여준 양 실장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한 조치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후속보도가 두려워 아랫사람 목 자르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은 부적절했다. 조사결과 발표 직후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이 “사표를 수리해야 할 정도로 책임이 큰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도 문제다.

‘대통령비서 중의 비서’가 수백만원어치의 술자리 대접과 선물에다 수사무마 청탁을 받고 거짓말로 사건을 적당히 덮으려 했는데도 사표 수리가 과하다는 청와대의 인식은 시중의 정서와 동떨어진다. 허술한 조사로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사고 있는 1차 조사 관계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은 것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개편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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