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대선자금 바로 검증해야 한다

  • 입력 2003년 7월 23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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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는 헌정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선례가 없는 데다 제도도 허술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정도로는 ‘고백성사’라고 하기 어렵다. 구색만 갖추려 했다는 인상을 주어서야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키기도 힘들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39건 56억원에 이르는 억대 후원금 내용이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후원자의 실명과 금액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굿모닝시티 비자금도 거기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수상한 돈’은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공개내용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영수증을 비롯한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않아 절차적 적법성조차 판단할 수 없다. 민주당이 짧은 시간에 자체 정리한 자료여서 누락 여부 또한 제3자로선 알 길이 없다. 후원금 상한액을 초과할 경우 법인과 개인 명의로 나누어 내도록 한 것도 편법 여부를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이상수 사무총장도 대선자금을 공개하면서 “충분하지 않다”고 인정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공개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선거대책위 출범 이전의 선거관련 자금도 밝히는 추가공개를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대선자금 공개의 진실성을 가리기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이 바로 검증에 착수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검이나 검찰을 거론했지만 특검 구성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검찰이 나서는 게 현실적이다. 그러나 대선자금 검증과 굿모닝게이트 수사는 별개다. 대선자금에 개인비리가 묻혀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민주당 대선자금 공개를 허위라고 비난한 한나라당이 대선자금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우리는 고백할 게 없다”는 말에 국민이 공감하겠는가. 정치의 투명화를 위한 대선자금 공개는 단순히 여야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과 국민간의 문제이므로 정치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나라당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능동적인 자세로 전환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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