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73…아메 아메 후레 후레(49)

  • 입력 2003년 7월 21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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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중이신데 실례합니다, 다음역은 웅악성, 잠시 후 웅악성에 도착합니다. 내리실 분은 잊으신 물건 없이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여객 전무와 급사가 인사를 하면서, 창문을 꼭 닫아 고기와 커피와 브랜디 냄새가 고여 있는 식당차를 지나갔다.

사냥모 쓴 남자가 통로로 한 손을 내밀어 급사의 발길을 잡았다.

“나중에 일등실로 와서 구두를 좀 닦아줘야겠는데. 긴 여행을 하다보니 이렇게 더러워졌어.”

“알겠습니다.” 급사는 고개를 숙였다.

“여기, 백주.”

웨이트리스가 백주를 잔에 따라 들고 오자 남자는 살짝 잔에 입을 대고 핥아보고는, 목울대를 오르내리며 꿀꺽꿀꺽 마셨다.

“기차하고 배를 타면 마시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단 말이야. 그래서 나는 기차를 좋아하지. 배는 안 마셔도 흔들려서, 마셨다 하면 속이 울렁거리고 토악질이 올라온다니까.”

웅악성에서 1분간 정차하는 동안에도 빗발은 더욱 거세지고, 사람들이 드문드문 오가는 홈과 파시로 12와 객차 위를 기름처럼 줄줄 흘렀다. 신호가 파랑으로 바뀌자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레일은 쉭 쉭, 덜커덩 덜커덩 하는 처량한 소리를 앞으로 앞으로 전했다.

사냥모 쓴 남자는 창문으로 우산도 쓰지 않고 팔다 남은 도시락과 만두와 과일을 껴안고 홈을 걸어가는 만주인 장사치들을 내다보고, 디저트로 나온 푸딩을 스푼으로 휘저으며 말했다.

“식당차에 가서 먹길 잘 했지. 비에 젖은 김밥을 어떻게 먹겠어. 거, 빗발 한번 시원하군. 빗발이란 말을 만든 사람은, 아마도 이런 비를 보고 생각이 떠올랐을 거야. 좀 봐라, 나무젓가락처럼 빗발이 굵지. 이런 비가 한바탕 쏟아지고 나면, 그 다음에는 한참을 햇볕만 쨍쨍 내리쬔단다. 여기는 내지나 반도하고는 전혀 풍토가 달라. 올 초에 아시아호를 타고 시발역인 다롄에서 종착역인 하얼빈까지 갔었는데, 그쪽은 일 년의 절반이 영하인 날씨니, 다롄하고는 또 다르지.만주철도가 자랑하는 초특급 아시아호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생겼지. 객차나 식당차도 대륙이나 비둘기보다 훨씬 고급스럽지. 물론 냉방장치도 돼 있어서, 문을 꽉 닫고 있어도 덥지 않고 연기도 안 들어와. 사람이 삽으로 석탄을 퍼 넣는 것으로 모자라, 기계가 한다고 그러더라. 다롄에서 신징, 하얼빈까지는 시속 120킬로미터로 일곱 량을 끌고 달린다, 정말 대단해. 일본은 비행기로는 미국이나 영국에 뒤지지만, 철도만큼은 절대 안 뒤진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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