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희원 지난해 ‘연장분패’ 씻고 첫 정상

  • 입력 2003년 7월 21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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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21일 미국 뉴욕주 뉴러셸 와이카길CC(파71)에서 벌어진 미국 LPGA투어 사이베이스 빅애플클래식(총상금 95만달러) 최종 4라운드. 한희원(25·휠라코리아)의 표정은 무척 긴장돼 있었다.

‘혹시 이번에도….’ 지난해 이 대회에서 다 잡았던 우승컵을 박희정(CJ)에게 연장전 끝에 내줘 분루를 삼켰던 아픈 기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챔피언조’에서 대결을 펼친 공동선두 멕 말론(미국)은 통산 14승을 기록 중인 베테랑. 더구나 그는 전날 6언더파를 몰아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터. 그런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게임은 의외로 쉽게 풀려나갔다. 말론이 두 번째 보기를 범한 5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아내며 3타차로 달아난 것.

한희원은 8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다시 1타차로 추격당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10번홀(파4)에서 두 번째 버디를 낚으며 페이스를 되찾은 한희원은 말론이 12번홀(파4)에서 네 번째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4타차로 다시 간격을 벌렸다.

한희원은 13, 14번홀에서 연속보기를 범해 또다시 2타차로 쫓겼다. 남은 4개 홀 중 2개가 파5홀이기 때문에 승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15번홀(파5)은 두 선수가 나란히 버디로 응수.

승부처는 프로선수들도 부담스러운 마지막 파3홀인 16번홀이었다. 게다가 홀컵은 그린 앞쪽 까다로운 위치에 꽂혀 있었다.

빅애플클래식 최종 성적
순위선수 스코어
한희원-11273(68-66-68-71)
맥 말론-9275(70-67-65-73)
박지은-5279(69-69-73-68)
신디 피그쿠리어-5279(69-65-73-72)
미셸 레드먼-4280(72-69-70-69)

먼저 티샷한 말론이 홀컵 7m 거리에 멈춰선 것을 확인한 한희원은 홀컵 3.5m 거리에 원온시킨 뒤 무난히 파세이브, 2타차 리드를 그대로 유지했다.

“티샷이 핀을 향해 똑바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이제 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종 18번홀(파5)에서 말론의 이글퍼팅이 홀컵 앞에 멈춰서는 순간 비로소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한희원은 1.5m짜리 버디퍼팅을 성공시키며 가슴 졸였던 승부를 마감했다.

한희원은 이번 대회 나흘 내내 15번홀(파5)과 18번홀(파5)을 모두 버디로 장식, 전체 버디수 17개의 절반에 가까운 8개를 이 두 홀에서 수확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무관 짐벗어 홀가분… 이제 자주 우승해야죠”▼

“그동안 우승이 없어 무척 답답했다. 큰 짐을 벗어 홀가분하다.”

미국 LPGA투어 데뷔 3시즌 만에 첫 우승을 거둔 한희원(휠라코리아)은 “우승에 대한 강박감을 벗어 던졌으니 이제는 자주 우승하고 싶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다음은 한희원이 공식 인터뷰에서 나눈 일문일답.

―지금 기분이 어떤가.

“행복하다. 너무 기분이 좋다.”

―언제 우승을 예감했나.

“15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16번홀(파3) 티샷이 똑바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이제는 우승했다고 확신했다.”

―지난해 이 대회 연장전에서 패했는데….

“올해는 마지막 3개 홀에서 보기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다행히 16, 17, 18번홀에서 보기가 없었다.”

―우승을 했으니 뭔가 달라질 것 같나.

“더 좋은 경기를 펼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는 강박감 없이 한결 수월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 같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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