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무서워" 초등학생 투신자살

  • 입력 2003년 7월 21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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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구타로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초등학생이 절도사실이 들통 나 아버지에게 인계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아파트에서 떨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일 오후 10시40분경 광주 북구 오치동 모 아파트 경비실 지붕위에서 이모군(11·.초등학교 5년)이 피를 흘리고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주민 김모씨(43)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군은 지난해 6월 아버지(42·노동)에게 폭행당해 어깨가 부러지는 등 전치 5주의 상처를 입고 광주 아동학대예방센터에 인계돼 보호시설인 '그룸홈'에서 생활해왔다.

이군은 1996년 부모가 이혼하자 어머니 손에 이끌려 부산으로 갔다가 홀로 고아원에 맡겨졌다. 부모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 군은 이때부터 가출과 절도 등에 익숙해졌다.

2001년 7월 수소문끝에 이군을 찾아낸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광주로 와 함께 살았으나 이군이 자주 집을 나가고 물건을 훔치자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잦아졌다.

결국 이군은 아버지의 구타를 보다 못한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아동학대예방센터에 보내졌다.

그룸홈에서 생활하면서도 이군의 도벽은 없어지지 않았다. 이군은 17일 그룸홈 보모 김모씨(42·여)의 지갑에서 현금 6만원을 훔치다 발각되자 가출했다.

가출 후 친구집에서 머물던 이군은 보모 김씨가 "아버지에게 다시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고민해오다 이날 김씨 등이 찾아오자 아파트 10층 복도 유리창을 통해 뛰어내렸다.

경찰은 이군이 친구들에게 "아버지가 돈을 훔친 사실을 알아버렸으니 자살하겠다"고 말한 점으로 미뤄 아버지에게 다시 인계될 것이 두려워 투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중이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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