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남충우/'주40시간 근로制' 처리 왜 미루나

  • 입력 2003년 6월 29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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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995년 대망의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했다. 그때만 해도 2만달러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듯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1만달러를 맴돌고 있다. 조만간 1만달러의 덫에서 치고 올라가지 못하면 불행하게도 선진국 문턱에서 추락해 다시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부진, 비관적인 경제전망, 여기에 집단이기주의 표출과 노동계의 파업투쟁까지 겹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현재 시계(視界)도 캄캄한 먹구름이다. 자동차산업은 지난해 무역수지흑자 139억달러를 달성한 수출 1위 산업이며 총고용의 8%, 국가 총세수(稅收)의 17%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이다. 이러한 국민경제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자동차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자동차 내수는 3개월 연속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고, 그동안 성장을 주도해 왔던 수출마저 지난달에는 10% 이상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는 근로조건의 후퇴 없는 주40시간 근로제, 경영 참여,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7월 초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특히 ‘주40시간 근로제’는 그동안 노사간의 입장 차가 커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 핵심 쟁점사항이다.

그럼에도 우리 국회는 2년6개월간 노사 관계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주40시간 근로제가 포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계류되어 있는 것이다. 9개월이 지나도록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문제는 법안 처리가 계속 늦어질 경우 노사분쟁의 씨앗으로 비화돼 자칫 산업계에 예측할 수 없는 혼란과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주40시간 근로제 법안을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임금 및 단체협상의 돌파구가 열린다. 자동차산업의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까 다른 업종 노사관계자들도 자동차업계의 눈치를 보고 있고 협상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일본 도요타자동차 노조의 모토는 ‘생산성을 높여 회사에 공헌하자’이고 회사는 생산라인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보다 불량품이 나오는 것을 더욱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의 연간 1인당 평균 생산대수는 60대인 데 반해 도요타자동차는 105대에 이르고 있다. 도요타가 현대차보다 무려 2배 가까이 생산성이 높다. 하지만 도요타 노조는 “불필요한 노사갈등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갖고 50년 동안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며 세계 최고의 흑자기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더구나 10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위해 노조 스스로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 우리 노사가 깊이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최근 노사관계에 절망감을 느끼는 경영자가 많다고 한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절망감을 느낀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정부는 사측이든 노측이든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산업평화를 유지하고 국가경제의 발전을 도모할 책무가 있다. 노사평화 정착의 핵심 쟁점사항인 ‘주40시간 근로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기대한다.

남충우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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