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50억 의혹', 이래서 특검이 필요하다

동아일보 입력 2003-06-18 18:27수정 2009-10-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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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사업을 추진하던 현대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150억원을 전달했다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은 특검의 성격 자체를 바꾸어 놓을 엄청난 의혹으로 떠올랐다. 이 전 회장 말대로 김대중 정부의 핵심 인사가 현대그룹 계열사에 5500억원을 지원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요구해 수뢰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정상회담이 남북화해를 위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전 현 정부의 통치행위론은 그 기반이 무너지게 된다.

민주당은 특검 활동 시한연장 반대 의견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특검 수사에 제동을 걸고 있으나 이처럼 거대한 의혹이 드러난 마당에 그런 시도는 명분을 잃을 수밖에 없다. 박 전 장관이 남북접촉의 비밀유지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르고 그 비리를 은폐하려 들었다면 이것이야말로 특검이 수사력을 집중해야 할 대상이다.

150억원의 사용처도 특검이 밝혀야 할 핵심사항이다. 5000억원이 담긴 큰 가방이 건너가는 마당에 150억원짜리 작은 가방이 별도로 따라가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한에 전달됐을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돈은 국내 정치 또는 박 전 장관 개인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근 방송대담에서 “부정 비리가 없는데도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사법처리의 대상이 돼 가슴 아프다”고 말했는데 150억원 의혹이 불거진 마당에 지금도 같은 주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물론 여야 모두 더 이상 특검을 위축시키려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는 특검의 활동시한은 그래서 특검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 돈 심부름을 했다는 현대그룹 계열사 전 회장이 진술하는 내용을 박 전 장관이 완강하게 부인하는 상황에서 수사를 중단한다면 특검을 처음부터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이러한 의혹을 그냥 둔 채로 활동시한이 마감돼 수사를 종료한다면 재특검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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