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프로농구 7년… 허술한 FA제도

  • 입력 2003년 6월 3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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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연맹(KBL)의 고위관계자들은 3일 점심을 사무실에서 햄버거로 때운 채 해묵은 서류철을 뒤져야 했다. 자유계약선수(FA)제도와 관련된 예전 서류를 찾기 위해서였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달 SBS에서 FA로 풀린 김훈은 친정팀 SK빅스와 입단 계약을 했다. 그런데 KBL 규정상 연봉순위 20위내 선수를 FA로 영입한 구단은 원 소속 구단에 보호선수 3명을 제외한 한명을 내줘야 했다. SK 빅스는 연봉 순위 19위였던 김훈을 보호선수에서 제외했다. SBS가 지명하기만 하면 김훈이 며칠 만에 다시 SBS로 돌아갈 수도 있게 된 것.

SBS는 사상 초유의 촌극은 피하겠다며 대신 신인 전병석을 지명, 공식 발표까지 했다. 전병석은 올 1월 신인드래트에서 KCC의 지명을 받았으나 SK빅스에서 뽑은 석명준과 맞트레이드된 선수.

하지만 일은 또 꼬였다. KBL이 ‘선수등록이 아직 안 됐으므로 전병석은 KCC 선수’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 SBS는 다음날 석명준을 재지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공들여 뽑아놓은 선수를 내주게 된 KCC가 발끈했다. KCC는 ‘신인은 보호선수 규정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의 KBL 공문을 증거로 내세우며 반발했다.

실제로 지난달 스프링리그에서 전병석은 SK빅스, 석명준은 KCC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당시엔 KBL이 이들의 소속팀 변경을 인정했다는 얘기. 그래놓고 뒤늦게 아니라고 하면 그동안 이들 두명은 부정선수였다는 얘긴가.

이번 해프닝은 엉성하기 짝이 없는 FA제도에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팔짱만 끼고 있던 KBL의 안이한 대처가 빚은 합작품. 선수 권익을 위해 도입됐다는 FA제도가 오히려 선수들의 발목을 잡고 농구팬에게는 혼란만 안겨준 셈이다.

올해로 출범 7년째를 맞은 한국농구연맹(KBL)은 100만 관중 시대에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230억원짜리 사옥까지 마련할 만큼 외형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허술한 규정과 주먹구구식 행정 등 소프트웨어는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일만 봐도 그렇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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