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심정수 9회말 ‘끝내기 로또포’

  • 입력 2003년 5월 27일 22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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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심정수
현대 심정수
‘휙’하고 현대 심정수(28)의 방망이가 허공을 가른 순간, 수원구장 팬들은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섰다.

좌측으로 쏜살같이 날아간 타구는 수원구장 담장을 지나 장외로 넘어가버렸다. 드라마틱한 끝내기 역전 3점 홈런.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며 그라운드를 돈 심정수는 홈플레이트를 밟은 뒤 동료들의 축하 세례에 파묻혀 버렸다. 역대 프로야구 최다 점수차 역전승의 기적이 일어난 순간.

27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현대-기아전에서 기아가 2회초까지 10-1로 앞설 때만 해도 기아의 승리를 의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현대는 야금야금 점수를 쫓아갔다.

김동수의 연타석 홈런이 터졌고 이숭용의 2점포도 터졌다. 4회까지 7점을 추격해 스코어는 7-10. 5회부터 8회까지 무득점에 그쳐 역전승의 꿈이 무산되는가 싶었지만 현대 방망이는 9회에 다시 살아났다.

대타 조재호가 오른쪽 안타로 물꼬를 튼 뒤 1사 후 3연속 안타가 터져 2점을 얻었다. 9-10, 한 점차가 된 뒤 타석에 선 타자는 4번 심정수. 그는 기아 마무리 진필중의 2구째 145km 가운데 직구를 받아쳐 135m짜리 짜릿한 끝내기 역전홈런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현대의 12-10 승리. 9점차의 열세를 뒤집은 것은 프로야구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종전 기록은 8점이었다.

심정수는 이 홈런으로 시즌 15호를 기록, 이 부문 선두인 이승엽(삼성·17개)을 2개차로 추격했다. 현대 선발 정민태는 10타자를 맞아 5안타 3볼넷으로 1회도 버티지 못하고 6실점하는 최악의 피칭을 했으나 팀이 대역전승을 하는 바람에 패전을 모면했다. 그는 최근 2차례 등판에서 모두 패전 위기에 몰렸으나 팀이 연속으로 9회 득점해주는 바람에 올 시즌 7연승 포함,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14연승 행진을 계속하게 됐다.

대구에선 삼성 임창용이 두산전에서 선발 8이닝 9안타 2실점으로 시즌 7승째를 기록, 지난해 8월25일 대구 한화전부터 13연승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정민태와 함께 다승 공동선두. 마해영은 5회 2점홈런으로 시즌 14호.

사직경기에선 롯데의 용병 ‘신입생’들이 돋보였다. 4번 로베르토 페레즈는 1회 결승 득점 등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고 이날 등록된 5번 마리오 엔카네이시온(등록명 이시온)은 7회 한국 프로야구에서의 첫 안타를 솔로홈런으로 장식했다.

잠실에선 LG가 왼손선발 이승호의 호투를 발판으로 8-2로 승리, SK의 6연승 행진을 저지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사직=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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