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소렌스탐 ‘性대결 빅쇼’ 22일 밤 개막

  • 입력 2003년 5월 20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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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박두.’

수줍음 많던 소녀는 주니어 골프 대회에서 일부러 우승 대신 2위를 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우승 인사말을 하기 싫어서였다. 테니스 배구 배드민턴도 잘했지만 골프를 택한 이유 역시 훈련할 때 파트너가 필요 없어서였다.

세월이 흘러 어느새 30줄에 들어선 그가 전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여자 골프 세계 최강 아니카 소렌스탐(32·스웨덴). 22일 밤(이하 한국시간) 개막되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콜로니얼에서 성(性)대결을 벌이는 그가 20일 대회 장소인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파70)에서 ‘홍일점’으로 몸을 풀었다.

400명의 보도진이 진을 치는 바람에 클럽하우스 정문 대신 뒷문으로 들어간 소렌스탐은 드라이빙레인지에서 25분 동안 공을 때린 뒤 퍼팅 그린에 올라 막바지 컨디션 점검에 나섰다. 1라운드 티오프 전까지 18홀을 2차례 더 돌며 코스를 꼼꼼하게 점검할 계획. 텅 빈 여성 라커룸은 소렌스탐의 독차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경기 내내 여자 경호원이 따라 붙는다.

이날 카트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20여명의 기자에 둘러싸인 소렌스탐은 뜨거운 취재 열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소렌스탐 효과’ 때문인지 지난해 178명이었던 보도진이 583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 스포트라이트가 온통 소렌스탐에게 쏠릴 게 분명하다.

골프장 프로숍에선 ‘잘해라 소렌스탐’이라는 글귀가 적힌 기념 배지와 사인볼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최하 30달러 하는 갤러리 입장 티켓 매진이 임박한 가운데 관중 수는 타이거 우즈가 출전했던 97년 대회 때의 18만명을 웃돌 전망.

21일 발표되는 1, 2라운드 조편성에서 소렌스탐은 3그룹에 속해 투어 우승 경험이 없거나 상금 랭킹이 떨어지는 선수들과 같은 조에 묶일 것으로 보인다. 그와 동반자가 될 선수들도 소렌스탐만큼이나 심적 부담감에 시달릴 것이다.

1945년 베이브 자하리스가 로스앤젤레스오픈에 나선 이후 여성 골퍼로는 58년 만에 다시 PGA투어에 도전장을 던진 소렌스탐. 뜨거운 주위의 시선 속에서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그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베일이 벗겨질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올시즌 소렌스탐과 미국PGA투어 기록비교
소렌스탐 PGA 1위 기록
275.4야드(2) *162위평균 드라이버샷315.3야드(행크 퀴니)
73.8%(39) *8위드라이버샷 정확도79.1%(프레드 펑크)
76.5%(1) *1위그린적중률73.3%(봅 에스테스)
29.89타(64) *177위18홀 평균 퍼팅수27.49타(크리스 라일리)
38.9%(48) *175위샌드세이브율72.1%(제이 하스)
( )속은 소렌스탐의 미국LPGA투어 순위. *는 PGA투어 순위.

▼소렌스탐, 본선진출 가능할까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과연 미국PGA투어 콜로니얼대회 본선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우선 콜로니얼CC(파70, 7080야드)의 코스세팅은 아무리 ‘최강’이라지만 여자선수에게는 벅차다.

닉 프라이스(짐바브웨)가 우승한 지난해 대회 예선 커트라인은 3오버파. 남자선수들도 언더파를 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소렌스탐의 두 달 전 실전 연습라운드 기록은 2오버파 72타(버디2, 보기4).

그렇다고 ‘한두타만 더 줄이면 되겠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당시는 246야드짜리 파3홀인 4번홀 티박스를 30야드나 앞당기는 등 레귤러티에서 쳤기 때문. 미국LPGA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빠른 그린과 까다로운 핀 위치 때문에 레귤러온에 실패한다면 파세이브도 보장할 수 없다.

소렌스탐의 올 시즌 5개 주요부문 기록 중 PGA투어 1위 선수보다 유일하게 앞서는 것은 그린적중률(표참조). 하지만 이는 PGA코스보다 상대적으로 페어웨이가 넓고 반대로 총길이와 러프는 짧은 LPGA코스에서 기록한 것이기에 큰 의미가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렌스탐이 정교한 드라이버샷과 아이언샷으로 영리하게 코스를 공략한다면 이븐파 정도는 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본선진출을 점치고 있다. 이들은 평균 드라이버샷 280야드의 ‘단타자’ 프라이스가 지난해 우승했다는 사실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골프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게임을 망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놀라운 집중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소렌스탐에게 달렸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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