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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18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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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사상가, 혁명가, 독립운동가, 군인, 의사, 언론인, 정치가…. 이 중 어느 한두 가지로 한국근대의 격변기에 국내외에서 폭넓은 활동을 펼쳤던 서재필(徐載弼·1866∼1951)을 규정짓기는 어렵다.
기존의 그에 대한 연구성과들도 적잖이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정치학, 사학, 의학, 사회학, 신문방송학, 국어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의뢰해서 새로 쓴 논문들을 모은 연구논문집이다. 그에 관한 가장 최신의 연구성과를 모은 셈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도 역시 그를 ‘한국근대사의 선각자’ 이상으로 규정하지는 못했다.
필자들은 한말, 일제하, 광복 후 등의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다양한 역할을 담당했던 그의 생애, 활동, 사상 등을 다각적으로 고찰했다. 현봉학 미국 토머스제퍼슨의대 명예교수의 ‘의사로서의 서재필’, 심재기 서울대 명예교수의 ‘서재필과 한글 발전운동’, 박영준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의 ‘서재필과 일본 군사유학’,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강사인 김영희씨의 ‘독립신문의 여성문제 보도와 그 의미’ 등 새로 주목해 볼 만한 시각을 제시하는 12편의 논문을 묶었다.
권오기 서재필기념회 이사장은 권말에 수록된 서울대 박지향 교수(서양사)와의 대담에서 서재필을 ‘세계인’으로서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대의 사상가들, 특히 동앙쪽 사람들은 중체서용(中體西用), 화혼양재(和魂洋才) 등으로 동양과 서양을 갈라보는 경향이 뚜렷했지만 서재필은 좀 달랐다”는 것이다. 그는 동양과 서양을 나눠서 말하기보다 인간주의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 것으로 보아 오늘날의 보편주의나 세계주의의 선구자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 역시 “서재필이 인류 보편적 가치를 강조한 것은 서양을 처음 경험하고 새로운 사상과 삶의 방식에 깊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공감했지만, “다만 이런 사상은 당시 서양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당대인들에게는 너무 과격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서재필기념회 02-361-1200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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