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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14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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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천재’ 허재(38·TG엑써스)가 내년에도 코트에 나선다.
당초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 의사를 밝혔던 허재는 1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계속 뛰고 싶다. 선수만큼 마음 편한 게 어디 있느냐. 다만 내 거취는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며 구단측 의견에 따를 생각”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허재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TG 최형길 부단장은 “정상에서 아름답게 퇴장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팀내 허재의 위상을 생각할 때 내년 시즌에도 뛰어야 한다는 게 구단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허재가 단 1분을 뛰더라도 후배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이번 시즌 우승으로 이런 사실은 여실히 입증됐다”며 은퇴 계획 백지화를 시사했다.
허재와 친형제나 다름없이 가까운 TG 전창진 감독 역시 “감독 입장으로도 허재가 한 시즌 더 뛰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 허재는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기간 중에 은퇴를 선언할 예정이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극심한 체력 저하에 시달렸고 내년에는 가드 신기성이 군에서 제대해 팀에 복귀하기 때문.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눈부신 투혼으로 팀을 사상 첫 정상으로 이끌자 ‘허재’라는 존재가 새삼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허재는 갈비뼈 부상으로 챔피언결정 6차전을 뛸 수 없었지만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 큰 의지와 힘을 불어넣었다.
자존심이 강한 허재는 평소 “내 힘으로 팀을 우승시킬 수 없을 때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은 “내가 뛰든 안 뛰든 늘 후배들과 함께 있는 기분이다. 그들과 호흡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며 코트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 주전이 아닌 식스맨으로도 얼마든지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게 허재의 생각.
13일 우승 뒤풀이에서 허재는 ‘챔피언’이라는 노래를 힘차게 불렀다. 다음 시즌에도 다시 정상에 오르겠다는 다짐처럼 들렸다.
내년은 허재가 농구공을 잡은 지 30년째 되는 해. 74년 동북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선수생활을 시작한 뒤 29년간 한결같이 최고의 자리를 지킨 그다.
농구인생 30년을 채운 뒤의 명예로운 은퇴. 허재가 1년 더 코트에 남아 있기로 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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