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엿보기] 코트 밖에서 빛난 허재의 ‘투혼’

  • 입력 2003년 4월 11일 2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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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천재’는 뛸 수는 없었으나 끝까지 코트를 지켰다. 제대로 앉아 있기도 어려울 만큼 통증이 심했지만 멀리서나마 후배들을 응원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허재(38·TG)는 동양과의 챔피언결정 5차전 1차 연장전 막판에 동양 힉스와 루스볼을 다투다 부딪쳐 왼쪽 갈비뼈를 심하게 다쳤다. 들것에 실려 나간 그는 병원으로 옮겨져야 했으나 끝내 체육관을 떠나기를 거부했다. 대신 가슴에 붕대를 친친 감고 팀 닥터와 간호사에게 의지한 채 경기를 지켜봤다.

팀 내 정신적 지주인 허재의 이런 모습에 화답하듯 TG는 주전 2명이 5반칙 퇴장 당하고 극심한 체력저하에 시달리면서도 기어이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3차 연장전까지 가는 55분의 사투 끝에 TG의 승리를 눈으로 확인한 허재는 그때서야 구급차에 올라 원주 성지병원으로 떠났다.

허재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부상 정도가 심해 13일 대구 6차전에서는 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허재가 보여준 마지막 투혼은 TG 선수들에게 챔피언을 향한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줄 게 분명하다.

원주=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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