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게으른 천재 낙인 이동국 입대후 전천후 선수로

  • 입력 2003년 4월 11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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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킹’ 이동국(24·광주 상무·사진).

그는 타고난 스트라이커였다. 포철공고 재학시절 이미 능란한 오버헤드킥으로 골을 터뜨려 탄성을 자아내게 했는가 하면 수비수를 등진 채 때리는 순간적인 슈팅은 축구를 모르는 사람까지 경기장으로 끌어들일 만큼 환상적이었다.

탁월한 실력에 곱상한 외모까지 갖춘 이동국을 보기 위해 수천명의 팬들이 축구장을 찾았을 정도. 하지만 어느 사이 그에게는 ‘게으른 천재’라는 오명이 따라붙었고 실망한 축구인들은 그를 외면했다. 2002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이 그를 대표팀에서 제외시켰고 포항 스틸러스의 최순호 감독도 그를 입대시켜버렸다.

성실하지 못한 생활이 원인이었다. 고교시절 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던 설기현(24·벨기에 안데를레흐트)과 차두리(23·독일 빌레펠트)가 국가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성장하는 동안 그는 오히려 뒷걸음질쳐 인생이 역전된 것,

그러나 한국대표팀의 새 사령탑을 맡은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은 달랐다. 지난달 열린 콜롬비아전에 그를 부른 뒤 16일 열리는 한일전 국가대표 명단에 다시 그를 포함시켰다.

쿠엘류 감독이 연달아 이동국을 대표팀에 합류시킨 이유는 뭘까. 그는 과연 달라졌을까.

이강조 광주 감독에게 이동국의 플레이를 묻자 “최근 우리 팀의 경기를 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이 돌아왔다. 말이 필요없이 한번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다는 뜻. 이 감독은 “우리 팀 전력이 다른 프로팀에 비해 떨어지다보니 훈련을 많이 시키는데 동국이도 예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동국은 올 3월 상무에 입대한 뒤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스탠딩 플레이어’로 불리던 이동국은 올 시즌 활발한 공간 침투로 공격의 활로를 뚫는가 하면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변신했다.

지난 2일 성남 일화와의 경기에서 이동국의 플레이를 지켜본 쿠엘류 감독은 “움직임이 아주 좋다”며 호감을 표시했다는 것.

콜롬비아전 당시 발가락 부상으로 벤치를 지켰던 이동국. 일본전에서는 출장기회를 잡아 골을 터뜨릴 수 있을까. 팬들은 그의 비상을 다시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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