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라종금 ‘은폐의혹’부터 밝혀야

  • 입력 2003년 4월 6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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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심한 진통을 겪고 겨우 진용을 갖춘 검찰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구시대적 악취가 풍기는 나라종금 로비의혹을 낱낱이 밝혀내 엄정히 처리하는 것이다. 송광수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말한 대로 ‘검찰의 잣대가 아닌 국민의 시각에서’ ‘새 봄을 맞아 집 안팎을 고치는 기분으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와 염동연씨가 거액을 수수한 경위를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업 투자’니 ‘생활비 보조’니 하며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식의 설명은 국민의 시각과는 거리가 멀다. 2억원이나 되는 돈을 그리 허술하게 투자하거나, 5000만원이나 되는 돈을 조건 없이 주었다는 말이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권력을 쥔 사람들에게 엄한 검찰이 되도록 하는 게 검찰개혁의 근본 취지다. 대통령 측근이라고 해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흐릿한 법 논리로 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또다시 ‘그 검찰이 그 검찰’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시험대에 선 검찰은 우선 집안청소부터 해야 한다. 검찰 스스로 깨끗이 하지 않으면 권력에 당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 작년 6월에 이미 안씨와 염씨에게 돈을 줬다는 관계자 진술과 물증까지 확보해 놓고도 수사를 중단한 것은 대선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덮으려 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이 같은 ‘은폐’ 과정에 일부 정치검사들의 불순한 동기가 개입했는지, 당시 권력실세들의 압력이 작용했는지부터 철저히 파헤쳐야 총체적인 진상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야당이 검찰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별검사제 도입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이 엄정수사를 주문하면서도 “안씨와 염씨가 돈을 받은 것이 문제될 게 없다고 검찰이 판단했으면 무혐의 처리하고 수사를 종결했어야 하는데 수사를 끌어온 게 더 문제다”고 한 것은 초점을 벗어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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