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전상훈/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 입력 2003년 3월 31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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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훈
병든 교육 현실을 개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교권의 추락이다. 교사의 권위가 그야말로 땅에 떨어져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권위없는 선생님의 말이 학생들에게 먹힐 리 없고, 말이 먹히지 않는데 무슨 교육이 이뤄지겠는가. 어떤 이는 교사에 대한 경제적 처우 수준이 낮기 때문에 사회적 존경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대폭적인 처우 개선을 들먹이기도 하고, 어떤 이는 교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강제하고 담보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의견도 내세운다.

물론 월급 많이 준다는데 싫어할 교원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은 고작 식탁의 반찬 한두 가지 늘어나는 재미와 껍데기뿐인 허명일 뿐, 아이들이나 학부모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귄위는 결코 아닐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권 회복의 주체 내지는 문제 해결의 열쇠를 정부 당국, 아니면 학생이나 학부모가 가진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교권 회복은 학부모나 사회 일반의 책임도 크지만 교육의 주체인 교사에 달렸다고 하겠다.

3월 신학기를 맞아 마치 연례행사나 되는 것처럼 일부 대도시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건네지는 촌지봉투가 문제되어 학부모와 학교간 갈등과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듣고 있노라면 열심히 가르쳐 보겠노라던 학기초의 다짐이 다 부질없는 일처럼 느껴지고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바라건대 추락하는 교권 때문에 선생님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차제에 이 문제를 교육현장 개혁의 주요 과제로 삼는 동시에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근본적 해결책이 하루빨리 나오길 기대해 본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줘야 할 교사에게 도덕성은 제일의 덕목이기 때문이다.

봄 향기 묻어나는 꽃바람보다 햇살 좋은 교실 한 쪽에 도란도란 모여 선 아이들의 빛나는 눈망울을 더 사랑스럽게 느끼는 이 땅의 수많은 선생님들, 그들의 마음 속에 뜨거운 교육애가 끓어오르고 있는 한 교권 회복은 물론 교육의 미래 또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광주 제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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