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포커스]TG 허재 “코트가 좁다”

  • 입력 2003년 3월 27일 17시 53분


코멘트
허재
한 시대를 풍미한 ‘농구천재’는 이제 떠나야할 때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이마에 새겨진 주름과 눈에 띄게 빠지기 시작하는 머리카락을 보면서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하지만 석양의 노을이 아름다운 빛깔을 뿜어내듯 그 역시 마지막 투혼으로 코트를 화려하게 빛내고 있다.

국내 프로농구 최고령 선수 허재(38·TG엑써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의 진가는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정규리그에서 허재는 주로 식스맨으로 코트에 나섰던 게 사실. 출전시간도 경기당 평균 20분을 간신히 넘길 정도였다. 팔팔한 후배들과 맞서기엔 힘이 달렸기 때문.

그러나 포스트시즌 들어 허재는 달라졌다. 모비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 이어 LG와의 4강전에서 줄곧 ‘베스트5’로 나와 ‘해결사’로 코트를 주름잡고 있다.

특히 LG와의 1, 2차전에서는 평균 30분을 소화해내며 12.5득점에 7어시스트로 연승의 주역을 맡았다.

김주성과 짝을 이룬 절묘한 2 대 2 콤비 플레이는 상대 수비가 알면서도 당했을 정도.

허재는 “큰 경기를 많이 치러봤기 때문에 위기 돌파와 고비를 넘기는 데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TG 전창진 감독도 “허재의 풍부한 경험과 강인한 승부근성은 팀 내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며 칭찬에 입이 마른다.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허재의 ‘비방’은 무엇일까. 모비스와의 6강전이 열린 지난주 허재는 경기에 앞서 홀로 헬스클럽에서 바벨과 씨름했다. “지치지 않고 뛰려면 운동을 더 해야 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팬들에게 비실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는 없다”는 게 허재의 말.

요즘 허재는 경기 다음날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을 거르는 법이 없다. 식사량도 평소보다 늘렸다. 어느 때보다도 우승을 향한 의욕에 차 꾸준히 몸을 만들고 있는 것.

마흔을 눈앞에 둔 허재는 언제까지 뛸 수 있을지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 자칫 다치기라도 하면 젊었을 때와는 달리 바로 선수생활을 중단해야 하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정상에 오를 절호의 기회를 맞은 올 시즌 꼭 후배들에게 우승 헹가래를 받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챔피언은 노린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최선을 다할 따름입니다. 우리 팀 멤버가 괜찮고 팀워크도 잘 맞으니까 좋은 결과가 있겠지요.”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