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부자만들기]꾸지람보다는 칭찬하세요

  • 입력 2003년 3월 24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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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시작되자 한 교육학자는 18개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무런 기준 없이 20% 아이들을 선발했습니다. 담임교사들에게는 “잠재력이 뛰어난 아이들만 뽑아낸 것”이라며 “한 해 동안 능력이 눈에 띄게 나아질 것”이라고 귀띔해줬습니다. 한 해를 보낸 뒤 아이들의 지능지수(IQ)를 측정해보니 이 아이들은 언어영역에서 2포인트, 추론에서 7포인트가 평균치보다 높았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구자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담임은 실험대상인 아이들에게 더 높은 수행능력을 기대했고 이런 기대는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전해졌다. 아이들은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기대에 맞추고 싶었을 것이고 수행능력도 높아졌다.”

1968년 미국의 교육학자인 로젠탈 등은 위의 연구를 통해 “누군가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 기대, 예측은 대상에게 그대로 실현된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자신이 만든 여신상을 사랑하게 된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을 따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로 이름 붙였는데 이후 경영학 분야에서도 ‘자기 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는 용어로 폭넓게 응용되고 있습니다. 관리자가 부하 직원의 능력을 신뢰하고 가치를 높게 평가할수록 더 높은 수행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자녀를 대할 때 왜 꾸지람보다 칭찬과 격려가 더 필요한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높은 성취동기를 갖게 됩니다. 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등의 힘든 일을 겪을 때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잘 이겨 나갑니다.

연구자들은 “긍정적인 기대뿐만 아니라 부정적 기대도 피그말리온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합니다. 자녀를 말썽꾸러기 취급을 한다든가, 미래를 걱정하면 그 ‘잘못된’ 예언이 아이에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아주 민감합니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갓난아이조차 부모가 화를 내면 더 큰 소리로 운다고 합니다.

1911년 독일의 수학자에게는 아주 영리한 말이 있었습니다. “1 더하기 1이 얼마냐?”고 물으면 발굽으로 ‘툭툭’ 두 번 차 덧셈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말은 질문한 사람의 태도나 심지어 눈썹이 올라가는 모양 등에서 힌트를 얻었던 것입니다.

부모의 말과 행동, 그 모든 ‘언어’에서 자신에 대한 기대를 확신할 때 아이들은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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