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천광암/김진표 부총리의 입

  • 입력 2003년 3월 18일 20시 23분


17일 오후 6시경 재정경제부 기자실.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미국 행정부, 북한 영변 기습폭격 노무현 정권에 타진’ 기사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모습을 나타냈다.

그가 브리핑을 목적으로 기자실을 찾은 것은 취임후 두 번째. 첫 번째는 검찰의 SK 수사와 관련해 ‘검찰 접촉설’을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김 부총리는 “별것도 아닌 일로…”라며 말문을 열었다.

“오마이뉴스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영변 핵시설 폭격은 미국 정부의 확인된 방침이 아니라 미국 내에서 떠도는 이야기다. 또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가 의사 타진을 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연구소 소장이 내게 보고한 내용이다.”

오마이뉴스가 오해를 했는지, 아니면 김 부총리가 6일에는 그렇게 이야기를 해 놓고 이제 와서 발을 빼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보류해 두자.

13일 오마이뉴스의 보도가 나가자 외교통상부 등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15일에는 정식으로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최근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악재(惡材)로 작용했다.

이런 소동이 벌어지는데도 김 부총리는 나흘 동안이나 침묵을 지켰다. 그는 특히 13일 본보가 공보관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때는 “경제장관이 그런 이야기를 할 리가 있느냐”고 답변했다.

그간의 침묵과 부인에 대한 김 부총리의 주장은 이렇다. “내가 그 기사의 취재원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떨까. 오마이뉴스는 문제의 기사에서 그의 발언을 600자가량 큰따옴표로 직접 인용했다. 더구나 상당부분은 김 부총리의 17일 해명과 단어와 표현, 내용이 일치한다.재경부 간부들은 “전체 경제운용을 총괄하는 재경부가 가진 파워라곤 말(言)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경제정책 책임자의 말 한마디가 제도나 정책대응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사례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많다.김 부총리는 ‘검찰 접촉’과 관련해서도 ‘거짓말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의 하나인 ‘말’의 신빙성과 권위를 스스로 깎아먹어서야 어디 ‘경제팀 수장(首長)’으로서의 ‘영(令)’이 서겠는가.

천광암기자 경제부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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