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주연’이 된 ‘조연’…남자우승 거트 타이스

  • 입력 2003년 3월 16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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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서울국제마라톤 남자부 우승자인 거트 타이스(31·남아공·2시간8분42초·사진)는 레이스 내내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리고 때때로 손을 들어 흔들며 선수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자신이 페이스메이커임을 알려준 것.

이번이 동아마라톤 출전만 4번째인 그는 99년 도쿄마라톤에서 2시간6분33초로 역대 7위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선수. 그 뒤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30km까지 레이스를 이끌어줄 주자로는 손색이 없었다.

30㎞ 지점을 통과하며 순위경쟁이 지영준(코오롱)과 지미 무인디(케냐)의 각축으로 좁혀지며 타이스의 임무도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때까지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던 타이스는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고 완주의 길을 택했다.

34㎞ 지점을 통과할 때 지영준과 무인디가 2∼3m 정도 뒤처지자 고개를 돌려 이들을 확인하는 타이스의 눈에는 고심의 빛이 역력했다. 그러나 잠시 뒤인 34.76㎞ 지점에서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한 지영준을 힐끗 쳐다보는 그의 눈은 이미 경쟁자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변해있었다.

이후 지영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두경쟁을 벌이던 타이스는 결승선을 눈 앞에 두고 역전에 성공했다.

역대 동아마라톤에서는 91년 대회에 페이스메이커로 나섰던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가 풀코스를 완주하며 3위로 골인한 적이 있고 99년 로마마라톤에서도 페이스메이커로 나선 필립 타누이(케냐)가 완주하며 2시간9분56초로 우승했다.

도쿄마라톤 우승 이후 2000년 런던마라톤에서 2시간11분32초(12위)가 최고일 만큼 부진했던 타이스는 이날 우승 뒤 “올 파리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마지막까지 경쟁한 지영준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경쟁자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더 나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타이스는 이날 우승으로 페이스메이커 계약금은 물론 우승상금(5만달러)과 2시간8분대에 골인하며 받은 1만달러의 기록상금까지 보너스로 챙겼다.

특별취재반=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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