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反戰출국 의원들, 사려 부족했다

  • 입력 2003년 3월 10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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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공격의지와 이에 맞선 반전운동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것은 첨예한 문제다. 북핵 문제로 한미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의 우리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의원 4명이 이라크에서 반전활동을 벌이겠다며 출국한 것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다.

시민단체라면 또 몰라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굳이 이라크까지 찾아가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있는지, 그렇지 않아도 불편한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여러 경로를 통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뜻을 표명했고, 우리 외교통상부도 자제를 요청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출국했다니 일반적인 정서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

이들은 ‘이라크 문제가 북핵 문제와 연계돼 있어 이라크에서의 평화운동이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으나 현실과 동떨어진 논리다. 이라크전을 보는 눈은 서 있는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대량살상무기를 응징한다는 나름대로의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런 마당에 북한의 위협을 눈앞에 느끼고 있는 한국의 의원이 나서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핵 미사일 등 북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인정해야 된다는 논리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없지 않은 것이다.

이번에 출국한 민주당 김성호 송영길, 한나라당 서상섭 안영근 의원이 혹시라도 소영웅주의에 들떠 그런 행동을 했다면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중에서도 여당 의원의 행태는 더욱 실망스럽다. 야당 의원이 간다고 해도 적극 막았어야 할 입장인데 오히려 앞장섰다니 이것이 누구보다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할 집권당 의원들의 자세인가. 민주당은 ‘신중한 행동을 요청했는데도 무시했다’며 두 의원을 문책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을 원상태로 돌릴 수는 없다. 여당 의원들의 이번 행동은 집권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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