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특검거부 건의할 자격 없다

  • 입력 2003년 2월 28일 18시 21분


검찰이 대북 비밀송금 사건의 특검법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고 직접수사를 하자는 일선 수사팀의 의견을 발표해 그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겠다는 일부 검사들의 의견을 서울지검 2차장 검사가 발표한 것도 모양이 이상하다. 언제부터 일선 검사들의 논의를 검찰 간부가 공표했는가.

검찰이 수사 대신에 고도로 난해한 정치 행위를 하는 것 같다. 수사 유보가 특검수사로 뒤집어져 손상된 검찰의 체면을 추스르려는 뜻이라면 오만한 발상이다. 검찰의 자존심은 중요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권능은 바지저고리가 되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검찰은 수사 유보의 참뜻이 정치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지 바로 특검으로 갈 줄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역시 군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수사유보 결정을 내렸다가 특검법안이 통과되자 직접수사를 하겠다니 스스로 민망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검이 국익에 직결되는 수사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거 몇 차례 특검을 통해 드러났듯이 최고 권력자나 정치권과 관련된 수사에서는 검찰보다 특검이 훨씬 독립적으로 공정한 수사를 했다. 국회에서 최종 통과된 특검법안은 대북 비밀거래의 진상을 남김없이 규명하되 국익과 관련되는 사안은 공표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검찰만 국익을 챙길 줄 알고 특검에서는 수사 내용이 흘러나가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대북 비밀송금 수사는 검찰이 스스로 손을 터는 바람에 국회에서 특검으로 결정됐다. 검찰에 남은 일은 특검팀이 요구하면 유능한 수사 실무진을 파견해 진상규명을 돕는 일뿐이다. 검찰은 이제라도 국회의 결정과 다수 여론의 견해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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