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간다라미술'…헬레니즘이 불교를 만났을때

  • 입력 2003년 2월 28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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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라미술/이주형 지음/415쪽/3만2000원/사계절

간다라미술은 인도 간다라지역에서 기원 전후경부터 수세기에 걸쳐 번성했던 불교 미술을 말한다. 간다라미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주제가 불교에 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조형양식이 서양 지중해 지역에서 비롯된 헬레니즘, 로마풍이기 때문이다.

‘동양의 성자’ 부처의 얼굴은 곱슬머리와 유럽인의 표정을 가지고 있다. 간다라미술은 동방의 종교와 서방의 고전미술이 절묘하게 결합된 혼성미술인 셈이다.

간다라미술 또는 간다라지역에 대한 관심은 한국 학계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끊어지지 않았다. 대승불교의 발상지이자, 불상의 탄생지라는 종교적인 의미 이외에도 간다라불상은 빠져나오기 어려운 매력을 지녔다. 하지만 그간 간다라미술에 관해 이해를 도와주는 적당한 개설서를 찾기는 어려웠다. 주제 자체가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는 다루기 쉽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전문가’로 간다라미술을 연구해온 학자가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책을 펴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간다라미술에 관한 한 국제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간다라미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간다라미술을 주제로 한 논문도 여러 편 펴냈다.

이 책은 간다라미술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단지 간다라미술의 발전 과정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당시 간다라미술의 모티브를 다양한 신화로 해설하는 등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내세워 다각적으로 설명했다. 간다라미술의 현재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본문과 함께 실린 300여장의 사진과 그림이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기원전 327년 지중해 마케도니아의 원정대가 인도 서북쪽 지방에 도착하면서 간다라미술이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서양과 동양의 무력충돌이 문명화합으로 발전한 셈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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