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50…입춘대길(11)

  • 입력 2003년 2월 2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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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향해 언제나 다리를 벌리고 있습니다. 내 허리를 안은 당신의 얼굴이 천천히 다가오고, 입술로 아랫입술을 벌리고, 혀끝을 둥글리고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소리내 입맞춤하면서 두 손을 젖가슴으로 뻗어 쓰다듬고 흔들고 주무르고, 혀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아야! 당신은 혀와 손가락의 움직임을 멈춥니다. 멈추지 말아요! 먹어요! 먹어버려요! 하나도 남기지 말고, 전부 당신 거니까, 먹어요, 깨끗하게 해치워요! 나는 휜 등과 헝클어진 머리칼로 몸부림치고, 신음하고, 소리치고, 자기 목소리 속으로 잦아든다. 이번에는 내 차례. 나는 당신의 겨드랑이에서 풍기는 시큼한 땀냄새를 맡으면서 젖꼭지를 깨물고, 배꼽에 침을 흘렸다간 핥아내고, 물건을 한껏 입에 물고, 아이구 아무리 삼켜도 목구멍 끝까지 들어가지 않아서, 입술과 잇몸과 혀로 탐닉하고, 쏟아내요! 삼키고 싶어, 당신을 삼키고 싶어! 입안으로 터져 나온 당신을 만끽하며 꿀꺽! 봐요, 나 축축해요! 당신 손가락으로 확인해 봐요, 축축하죠? 당신이 그렇게 한 거예요, 그러니까 당신 입으로 깨끗하게 해 줘요.

머리카락, 배냇머리, 이마, 코, 눈썹, 눈두덩, 속눈썹, 눈, 귀, 볼, 입술, 이, 잇몸, 혀, 턱, 목, 목덜미, 쇄골, 어깨, 젖가슴, 젖꼭지, 겨드랑이, 두 팔, 팔꿈치, 팔, 손목, 손, 엄지손가락, 집게 손가락, 가운데 손가락, 약지, 새끼손가락, 등, 엉덩이, 항문, 배꼽, 허리, 음모, 성기, 허벅지, 무릎, 장딴지, 발목, 발, 엄지발가락, 나머지 네 발가락, 당신이 애무하지 않은 곳이 없고, 당신이 입맞춤하지 않은 곳이 없으니, 매일, 매일, 몇 천 번, 몇 만 번, 당신은 내 몸을 내게 남긴 것인가요? 내 몸이 당신의 유품이로군요. 나는 당신을 몰아낼 수도 없고 당신에게서 도망칠 수도 없고. 나는 지금도 당신을 향해 다리를 벌리고 있고, 당신은 지금도 내 몸 속에서 움직이고 있으니. 대체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야 온몸에 화상처럼 남아 있는 당신의 감촉이 멀고 희미한 기억으로 바뀔까요?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야 당신을 묻을 수 있는 것인가요? 아이구, 이럴 줄 알았으면, 한참 일을 벌이는 중에 죽여버리는 건데. 당신이 나를 몇 번이고 찧은 것처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칼로 찔러, 당신의 비명소리에 고막이 버들버들 떨고, 당신의 몸에서 튄 피로 온몸을 적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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