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의 NLL 침범, 결코 경시할 수 없다.

  • 입력 2003년 2월 2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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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반도의 동쪽과 서쪽에서 벌어진 2개의 ‘사건’은 ‘북한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라는 해묵은, 그러나 한반도의 장래를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서해에서 북한 전투기가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도발을 한 뒤 동쪽에서는 남측 이산가족이 처음으로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임시도로를 통해 금강산을 찾아 꿈에 그리던 북측 혈육을 만났다.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상황이 한꺼번에 발생한 것이다.

헷갈릴 수도 있지만 민족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냉철하게 현실을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양동작전(陽動作戰)에 흔들려 국론이 분열되는 불행한 사태는 피해야 한다.

북한 전투기의 NLL 침범은 그들의 호전성에 대한 분명한 증거다. 항공기의 NLL 침범이 20년 만에 처음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면 미국이 아니라 북한의 경거망동을 막는 것이 옳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사건이다. 여기에 북한은 핵무장까지 추진하고 있다.

남북 사이에 뚫린 육로의 역사적 의미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임시도로는 임시도로일 뿐이다. 아직까지는 금강산 관광객과 가뭄에 콩 나듯 이어지는 이산가족 상봉단을 수송하는 가느다란 도로일 뿐이다. 남북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남북관계가 뻥 뚫릴 것임을 예고하는 징표라고 호들갑을 떨 단계는 아니다.

돈벌이가 되는 남측과의 제한적인 접촉에 응하는 것이 북한의 전부는 아니다. 두 차례의 서해교전과 잦은 NLL 침범에서 드러나듯 무력도발을 서슴지 않는 집단이 북한이다. 북한의 한쪽만 보고 평화가 온다고 외치는 것은 중대한 오판이다.

국민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최종책임은 정부에 있다. 청와대 대변인이 이산가족의 육로 이용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한 논평을 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외면한 것은 잘못이다. 육로연결이 북한의 위협을 가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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