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47…입춘대길(8)

  • 입력 2003년 2월 19일 18시 26분


코멘트
희향은 성냥을 그었다. 확 하고 퍼진 불꽃이 누가 불어대기라도 한 것처럼 기울면서 희향의 손끝을 태웠다. 앗! 뜨거. 희향은 성냥을 던졌다. 성냥은 ‘마의상법’ 위에 떨어져 불길이 커지더니 표지를 날름 태우고 한장 한장 넘어갈 때마다 훨훨 불기운이 세졌다. 보따리로 옮겨 붙은 불길은 고리짝 안으로 손을 뻗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고리짝 세 개가 불덩이로 변했다. 연기 속에서 과거의 목소리가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어디서 왔는데예?

희향이 만나러 왔다.

내는,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깁니다.

화를 내니까 더 예쁘다.

화 안 내면 안 이쁩니까?

어디, 관상을 좀 봐주지.

…그래 보지 마이소.

으음.

…좋습니까? 나쁩니까?

걸을 때 자세에 좀 신경을 써야겠구먼.

자세가 나쁘다고예. 언제, 언제 떠날 긴데예?

가고 싶어도 못 가지, 희향이 곁을 떠날 수 없으니까.

가고 싶습니까?

가기 싫다.

거짓말이라예. 당신은 언젠가는 제 자식 놔두고 떠날 깁니다.

자식?

…아가 생긴 것 같아예.

아이가 생겼다?

당신 얼굴하고 내 얼굴하고, 어느 쪽 닮아야 팔자가 좋은데예?

…그야 물론, 내 얼굴이지만….

그라면, 둘이서 관상쟁이하면서 떠다니면 된다 아입니까?

…아이가 생기면, 밀양에 뿌리를 박고 사는 수밖에 없지. 그건 그렇게 결혼하겠다고 하면 당신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결사 반대할 테지.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도 모를 떠돌이에게 귀한 딸을 줄 수 없다고 말이야.

반대하면 마, 도망칩시다. 됐으니까, 금강산 얘기 좀 해보이소.

벌써 몇 번이나 했잖나.

그래도, 또 듣고 싶습니다.

선녀가 놀다 간다고 할 정도로 경치가 좋다. 물도 맑고, 깨끗한 호수도 있고. 바위의 모양새는 신이 만든 것처럼 아름답고, 사자나 호랑이, 곰처럼 보이는 바위도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