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34회 … 강의 왕자(10)

  • 입력 2003년 2월 4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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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도 불쌍하지만 이 아이도 불쌍하다, 고 입으로는 할 수 없는 말을 가슴에 담고 인혜는 아기의 얼굴로 눈길을 떨어뜨렸다.

“이 아가 왜 이리 오래 자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녁 때부터 쉬도 안 하고 응아도 한 번도 안 했어예. 좀 깨워서 젖을 물리야겠습니다”

정월의 냇물은

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는

몸이여 홀로 지내는구나

아으 동동다리

2월 보름에

아! 높이 켠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치실 얼굴이로다

아으 동동다리①

“…아버님이 노래를 하네”

“…들어본 적 없는 노랜데예”

“어무이하고 결혼하기 전에는 관상쟁이였다 카더라.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떠돌아다녔다고 하던데. 그런데 참 이상타, 아까는 목소리가 모기 우는 소리만 했었는데…”

노래를 부르느라 숨이 막히는지 용하는 마치 얼굴 전체로 숨을 쉬려는 듯 헐떡거렸다. 들이쉴 때마다 숨은 목구멍에 걸려, 두 번 다시 내뱉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오래 정지되었다. 그리고서, 가슴에 얹은 손가락을 파르르 파르르 떨면서, 가늘게 눈을 뜨고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뇌까리기 시작했다.

용하는 갑자기 헛소리를 멈추더니, 잠수하기 직전처럼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미령아!”

그 부름에 대답하듯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인혜는 움찔움찔 몸을 움직여 아기를 안아올렸지만, 아기는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듯 등을 젖히고 쑥 내민 손을 꼭 쥐고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울고 있다. 눈을 꼭 감은 얼굴을 보다가, 시아버지와 딸이 잠 속에서 이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인혜는 아기를 흔들었다.

“미옥아, 눈 떠라. 눈 뜨고 엄마 젖 먹어야지. 와 우노? 그만 그쳐라. 쉿- 쉿- 할배가 주무신다, 미옥아, 그만 울어라, 아이고 착하지, 우리 미옥이”

아이가 울고 있다. 내 아인가? 희향이 낳은 아들인가? 미령이 낳은 딸인가? 우는 소리만 가지고는 모르겠다, 얼굴을 보고 싶다…그런데 눈을 뜰 힘이…없다…아이구, 아야….

①고려 속요 ‘동동(動動)’- 현대어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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