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용/MS의 어물쩍 대응

  • 입력 2003년 1월 28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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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도무지 믿으려고 하지 않아요. 법적으로 회사 이름도 한국MS로 바꿀 예정인데….”

28일 한국MS사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대란’과 관련해 한국MS사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로서 책임을 통감하지만 지나친 오해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사실 결함이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 MS사는 이번 사고의 일차적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포털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네티즌 2만8680명에게 ‘인터넷 대란’의 책임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13.7%가 MS사를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지는 것에만 있지 않다. MS사가 사고 대응과정에서 보인 석연치 않은 태도에 더욱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오후 9시경 MS사의 일부 응용소프트웨어를 쓰는 개인 PC도 문제의 ‘SQL오버플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그러든 인터넷 대란의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보안업체 관계자들은 “MS사가 사태 확산을 두려워 해 어물쩍 넘어가려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MS사측은 “감염 가능성을 27일 새벽에 본사의 연락을 받고 알았다”며 “구체적인 피해 영향 등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인 해명을 할 수 없어 이 내용이 간략하게 담긴 홈페이지 경고문만 이날 내걸었다”고 밝혔다.

MS사측은 이어 28일 오전 홈페이지에 문제가 된 응용소프트웨어의 사용자를 위한 보안 패치를 따로 마련했다. 그리고 문제가 된 응용소프트웨어 사용자는 많아야 1만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전국의 인터넷이 마비되는 긴급 상황에서 한국 인터넷 사용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애써 멀리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던 MS사의 ‘신중함’은 불신만 낳지 않았을까.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라는 MS사는 한국 소비자들에게서 신뢰를 얻으려면 겸허해져야 한다.

박용기자 경제부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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