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YMCA 내분 실망스럽다

  • 입력 2003년 1월 20일 18시 22분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는 서울YMCA가 내분에 휩싸여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번 사태는 해를 넘기면서 폭력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어제는 이 단체가 2억8000만원의 불법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폭로됐다. 현 집행부와 반대세력 사이에 이처럼 진흙탕싸움이 이어지면서 시민단체에 생명이나 다름없는 도덕성과 명예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있다.

서울YMCA는 시민사회단체로서 혁혁한 업적을 갖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계몽운동과 독립운동, 군사독재 시절에는 민주화운동의 구심점이었다. 어느 시민단체보다도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 단체가 자리다툼,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추문에 연루된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시민들을 충격과 혼란으로 몰아 넣는다.

누구보다 이번 사태를 실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서울YMCA를 아껴온 시민들이다. 이미 이 단체가 펴온 시민중계실 녹색가게 신용사회운동 등의 굵직한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아직 시간은 늦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빠른 시일 내에 내분을 끝내고 활동을 정상화해야 한다.

오랜 역사와 함께 사회적으로 큰 공헌을 해온 이 단체는 일부 당사자들의 전유물이 절대 아니다. 서울YMCA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수많은 시민들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했다. 이 불미스러운 사태는 바로 시민단체도 개혁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해 준다. 이 시점에서 일을 이 지경까지 몰고 온 현 집행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서울YMCA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거듭 태어나지 못한다면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단번에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 단체의 창립 100주년을 ‘치욕의 해’로 만들 수 있다.

새 정부가 시민단체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들 단체의 도덕성과 건전성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와중에 터져 나온 YMCA의 혼돈상은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떳떳하고 당당한 시민단체만이 ‘빛과 소금’의 기능을 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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