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호원/화려한 모터쇼, 초라한 現代車

  • 입력 2003년 1월 9일 18시 25분


5일부터 2003 북미국제모터쇼가 시작된 미국 디트로이트시 코보홀은 요즘 세계에서 몰려든 수천명의 기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 모터쇼는 새해 들어 처음 시작되는 데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 그것도 미국 3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의 본사가 있는 디트로이트에서 열려 전문가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관심도 대단하다.

그만큼 각 자동차회사들은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각종 신차와 컨셉트카는 물론 조명과 홍보전광판 등으로 전시장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포르셰,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은 수십m 밖에서도 볼 수 있는 대형 모니터를 설치했고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자사의 엠블럼을 이용한 수십m 높이의 세트를 세웠다. 특히 각 회사는 조명과 주변 세트를 이용해 자사의 신차와 컨셉트카를 최대한 멋있게 보이려고 안달이다.

하지만 이번 모터쇼에 참가한 한국 ‘대표선수’인 현대·기아자동차의 전시장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싼타페는 마치 대리점에 전시된 것처럼 썰렁하게 놓여 있다. 야심작이라던 컨셉트카 OLV는 아무런 조명효과 없이 작은 무대 위에 덩그러니 자리 잡았다.

그렇다보니 외국 기자들은 웬만해선 현대차 전시장을 둘러보지 않는다.

미국 자동차잡지의 한 기자는 “이런 마케팅을 하는 현대차의 브랜드 전략은 도대체 어떤 것이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현대·기아차 정몽구(鄭夢九)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브랜드 가치를 이른 시일 내에 선진 메이커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제 자동차는 ‘탈 것’을 넘어 소유자의 개성표현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정 회장이 이야기한 ‘브랜드’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올해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시장상황을 공격경영으로 뚫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속속 내놓았다. 작년 275만대의 완성차를 국내외에 팔았고 올해는 312만여대를 팔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 연간 70만대를 파는 시장점유율 7위의 회사다.

앞으로는 국제모터쇼에서도 브랜드 가치에 대한 현대차의 노력이 눈에 띄기를 기대해본다.

디트로이트(미국)=최호원기자 경제부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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