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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5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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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출마비’가 얼마나 들었을까. 우선 대부분 반환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 5억원의 기탁금을 내지 않으면 출마 자체가 불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이를 마련하지 못하여 출마를 포기하였다. 선거비용이 어디 그뿐인가. 당장 링컨의 말에 해당하는 차량의 동원부터가 녹록지 않다. 대선기간이 끝날 무렵 두 정당이 공개한 선거비용 명세를 보면 한나라당은 총 254억여원 중 21억여원을, 민주당은 312억여원 중 23억여원을 차량 및 장비 임차비로 썼다고 한다. 말(馬)값치고는 엄청난 액수다.
▷그러나 진짜 돈이 많이 든 부분은 따로 있다. 각 170억여원, 183억여원을 쏟아 부었다는 홍보선전비다. 말(馬)값보다 말(言)값에 8∼9배를 더 썼다. 오추마나 적토마 같은 명마 값은 비교도 안 된다. 하긴 빛의 속도로 질주하는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광고, 한나절에 삼천리 방방곡곡을 달려가는 신문광고비가 대종을 이루었을 것이니 천리마 값의 수십배가 들었다고 하여 놀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말(言)값이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 데 있다. 선거 막바지에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돈 안 되는 것만 옮긴다고 하였다가, 또 정몽준 대표측에 너무 속도 위반하지 말고 경선을 준비하라고 하였다가 치를 뻔했던 말값은 앞으로 지불할지도 모를 그것에 비하면 오히려 싼 편일 게다. 가장 비싼 말값은 선거운동에서 쏟아놓은 공약들의 검증 과정에서 엄밀하게 계산될 것이다. 연 7%의 경제성장, 250만개의 일자리 창출, 노인 일자리 50만개 공급 같은 말들은 단순한 익살이나 원론 수준의 언급이었다고 해서 넘어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빈말(空約)이니 뭐니 하면서 계산대에서 옥신각신하는 일이 없기를 기원하자.
박인제 객원논설위원·변호사 ijpark2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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