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김주성-박지현 “우정은 우정, 승부는 승부”

  • 입력 2002년 12월 27일 18시 08분


‘우정은 우정, 승부는 승부다.’

동양 오리온스의 신인 가드 박지현(23)은 며칠 전 전화 한 통을 받고 힘이 났다. 부산 동아고와 중앙대 시절 단짝 콤비였다가 올 프로무대에서 헤어진 김주성(TG엑써스)이 모처럼 휴대폰을 걸어 왔던 것. “잘 지내나. 니 요즘 잘 나가데.”

오랜만에 들어보는 친근한 부산 사투리로 김주성은 김승현의 부상 때문에 갑자기 주전 자리를 꿰찬 박지현의 안부를 물었다.

고교와 대학 시절 가드와 센터로 호흡을 맞춘 양띠 동갑내기 박지현과 김주성은 둘 다 내성적인 성격에 집안 사정이 어려운 점도 닮았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늘 ‘실과 바늘’처럼 붙어 다녔다. 박지현과 김주성은 중앙대 시절 22연승을 포함해 9차례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명 콤비.

하지만 프로에 뛰어든 올 시즌 김주성은 최고 루키로 주목받은 반면 박지현은 식스맨으로 간간이 코트에 나섰을 뿐이다. 김주성은 “마음 고생이 심할 지현이를 생각하면 실력을 썩히고 있는 게 아닌가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놓았다.

친구의 걱정을 하늘이 알아줬을까. 박지현은 지난주 주전가드 김승현이 손가락을 다쳐 3주정도 뛸 수 없게 되면서 어엿한 스타팅 라인업으로 발탁, 동양의 선두 행진을 이끌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박지현은 경기당 평균 30분을 뛰며 재치 있는 경기운영으로 8.3점, 5어시스트를 올리고 있다.

그토록 절친한 김주성과 박지현이 28일 원주에서 벌어지는 TG와 동양의 시즌 3차전에서 맞붙는다. 양팀은 시즌 전적에서 1승1패로 팽팽히 맞서있는 데다 공동 선두여서 이날 승부가 중요한 일전이 될 전망.

TG와의 1, 2차전 때 벤치만 지킨 박지현은 “주성이와의 우정은 우정이고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주성 역시 “지현이를 위해 살살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이들이 벌일 우정의 대결이 기다려진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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