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복제인간 탄생

  • 입력 2002년 12월 27일 18시 05분


주위에 새로 태어나는 아기 중에 예전보다 쌍둥이가 많아졌다. 어느 종합병원의 조사 결과 10여년 전에 비해 쌍둥이 출생비율이 2배로 높아졌다고 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시험관 아기 시술 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배란촉진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게 의학계의 분석이다. 약 때문에 여러 개의 난자가 나와 쌍둥이 탄생이 늘었다는 것이다. 비록 쌍둥이가 늘었더라도 아기를 가질 수 없던 부부가 자신들을 닮은 아기를 갖게 된 것은 축복해야할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5000여건의 시험관 아기 시술이 이루어지고 이 중 약 2000여명이 임신에 성공해 아기를 갖는 기쁨을 누린다고 한다.

▷지금은 시험관 아기 시술이 보편화됐지만 20여년 전 시험관 아기 시술이 처음 도입됐을 당시엔 많은 반대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인간복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법률도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험관 아기가 탄생할 때도 생명윤리 차원에서 반대가 거셌지만 지금은 연간 약 25만명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복제도 언젠가는 시험관 아기처럼 일반화될까. 하지만 시험관 아기와 복제인간은 다르다. 시험관 아기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이라는 생명 탄생의 과정을 거스르지 않지만 인간복제는 그런 과정이 없다. 혈액 등 체세포만으로 부모 중 한 사람과 똑같이 닮은 쌍둥이를 만든다는데 이렇게 태어난 아기를 과연 자녀라고 할 수 있을까.

▷생명과학기술의 발전속도는 놀랍다. 1996년 영국의 한 연구소에서 최초의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지 불과 6년 만에 복제인간이 탄생했다. 쥐 소 염소 돼지 고양이 등이 그동안 잇달아 복제에 성공했으니 인간복제도 사실 시간문제였다. 문제는 인간복제의 성공률이 낮다는 데에 있다. 잘못되어서 전혀 엉뚱한 인간이 나타나게 되는 일은 혹 없을까. 예컨대 공상과학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괴물인간’ 말이다. 소름끼친다.

▷불행인지 운명인지 복제인간과 함께 살아야 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세계 각국이 인간복제를 금지하고 있는데도 인간복제를 찬성하는 과학자들이 예고한 대로 복제인간이 탄생한 것이다. 이번에 여자 복제아기가 탄생했다고 발표한 프랑스의 여성과학자는 종교단체인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조직인 클로네이드 소속이라고 한다. 이 종교단체는 2만5000년 전에 외계인들이 비행접시를 타고 지구로 날아와 유전조작에 의해 최초로 인간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복제인간 시대에 앞서 새로운 종교의 등장을 예고하는지도 모르지만 복제인간의 탄생을 축하하기에는 두려움이 앞선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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